“윤중천 리스트, 檢 고질적 스폰서 사건” 추가수사 촉구 초강수 
 추가 동영상 수사 주문도… 당사자들 “허위사실 유포 법적 대응 
김용민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 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활동시한 마감을 앞둔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예상 외의 초강수를 뒀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이외에도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 3명을 지목해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만큼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안의 본질은 ‘김학의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검사와 건설업자간 고질적 스폰서 문화’이기에 ‘윤중천 리스트’ 전체가 규명돼야 한다는 얘기다. 지목된 당사자들은 “윤씨와 알지 못한다 여러 차례 설명했다”며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과거사위는 29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김 전 차관 사건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 같은 내용의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앞서 지난 3월에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와 박근혜 청와대의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권고했고, 검찰은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을 꾸려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구속 수사 중이다.

이날 조사단의 최종보고를 받은 과거사위는 우선 검찰 고위간부들에 대한 추가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접대나 성폭행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많은 검찰 관계자들이 등장하는 ‘윤중천 리스트’ 사건”이라며 “다수 법조 관계자를 비롯한 조직적 유착ㆍ비호세력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제2의 김학의’로 의심되는 전직 검찰 간부로 한 전 총장 등을 지목했다. 한 전 총장은 이명박정권 시절 승승장구했던 ‘기획통’, 윤 전 고검장은 대검 강력부장을 역임한 ‘강력통’, 박 전 차장은 국정농단 특검에도 차출됐던 ‘특수통’으로 꼽히는 검사들이다.

한 전 총장에 대해 과거사위는 “윤씨가 수천 만원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 중 ‘한방천하 사건’으로 수사 받던 윤씨가 진정서를 제출하자 그의 요구대로 수사 주체를 바꾸는 등 부적절한 사건처리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윤 전 고검장에 대해서는 “윤씨와 만나 골프치고 식사를 하거나 원주 별장에 간 적이 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며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1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검찰권을 남용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차장검사에 대해선 “변호사 개업 후 윤씨가 소개한 사건의 수임료 일부를 리베이트로 지급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 발표 내용을 접한 당사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윤갑근 전 고검장은 “진상조사단 조사 때 윤중천씨를 전혀 모를뿐더러 관련 사건을 부당하게 사건을 처리한 사실도 없다고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과거사위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조사단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장 역시 “아무런 근거 없이 추측만으로 수사촉구를 했다”며 법적대응에 나설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 사건에서 문제가 된 ‘별장 동영상’ 이외에도 별도의 동영상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과거사위는 “윤중천씨는 별장 접대 또는 성관계 등과 관련한 동영상을 촬영하는 습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현재까지 은밀히 보관하고 있으면서 이를 빌미로 금품을 가로채려 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추가 동영상과 피해자를 찾아내라는 주문이다. 과거사위 위원인 김용민 변호사는 “지금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여성들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주장해 이에 대해 조사단이 조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2013년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한 검ㆍ경의 1차 수사와 이듬해 검찰의 2차 수사에 대해서도 ‘총체적 봐주기 부실 수사’라고 결론지었다. 과거사위는 “(2013년) 당시 경찰은 김 전 차관이 뇌물을 받은 의혹은 빼고 성범죄 혐의로만 사건을 송치했다”며 “검찰 역시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수뢰 등 부패 혐의에 대한 진상을 규명했어야 옳다”고 밝혔다. 성범죄 수사도 부실했다. 여러 진술, 정황이 있었음에도 과거사위는 “오히려 당시 검찰은 피해 여성들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수사에만 주력했을 뿐”이라며 “이런 부실수사 때문에 진상이 은폐됐고 관련자 처벌이 6년간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1차 수사 당시 경찰 수뇌부가 인사조치를 당한 이유 △검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외압 여부 △그럼에도 김 전 차관을 차관에 임명한 경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권고했다. 법무부 차원 후속조치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논의에 법무부ㆍ검찰이 적극 참여할 것 △검찰의 적정한 사건 처리를 위한 결재 제도의 전면적 개선 △성범죄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등을 권고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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