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발언 여파 정국 더 경색… 6월 국회도 짙은 먹구름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간 통화 기밀을 빼내 공개한 자당 의원을 적극 두둔하며 정치 쟁점화하는 제1야당을 직접 겨냥하자,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문 대통령을 ‘정쟁의 총지휘자’로 규정해 강력 반발했다. 당사자인 강효상 의원은 “공포정치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때 ‘독재자의 후예’ 언급에 이은 대통령의 대야 강경대응에 정국 경색이 심화하면서 5월 ‘빈손’ 국회에 이어 6월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도 먹구름이 짙어지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이날 문 대통령의 비판에 격앙돼 거칠게 맞대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강원 산불피해 후속대책회의 뒤 문 대통령을 향해 “모든 정쟁을 사실상 총지휘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오후 의원총회에서도 “국익 훼손이 아니라 정상간 회담이 제대로 안 된 체면 손상이 이 건의 핵심”이라며 “보복정치 위해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만천하에 공개한 정권이 기밀 누설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 원대대표는 강 의원에 대한 외교부의 고발 조치 방침과 여당의 국회 윤리위 제소 조치 등에 대해 “한마디로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회 정상화를 못하도록 전부 기획하는 것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국회 공전 책임의 화살을 청와대로 돌렸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가 아니라 궤멸할 집단으로 보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냈다. 이날 산불피해 대책회의에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불참한 데도 격분하면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의 이익을 위해 ‘불참하라’고 한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하자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한국당 측에는 5ㆍ18기념식 ‘독재자의 후예’ 포문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야 비(非)타협 신호로 읽히면서 가뜩이나 경색된 여야 대치가 한층 심화되는 기류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장외투쟁의 출구를 찾으며 조건없는 국회 복귀를 주장해온 일각의 목소리도 잦아들고 지도부에 대여 대응을 일임하는 쪽으로 중지가 모였다”고 전했다. 때문에 추경안 심사와 민생 법안 등의 6월 국회 처리도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다만, 여야 모두 원내수석부대표 물밑 협상이나 교섭단체 대표 간 직접 대화 채널은 유지하며 합의문 마련을 위한 접점을 모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외교부 관료들에게 메시지를 내면서 강경하게 말한 것으로, 한국당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되긴 하지만 국회 정상화를 최고 목표로 두고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도 “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지도부의 걱정도 이만저만 아니다”며 “협상하려는 당 기류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도 “국회를 정상화할 준비는 돼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에 대한 기존 입장이 반영되는 합의문 도출을 전제로 국회 복귀의 여지를 뒀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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