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이 공개한 2건은 제외… 비밀엄수 위반이 징계수위 핵심
외교부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과거 기밀 유출 전력은 고려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27일 보안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 대로 이튿날 곧장 K씨와 강 의원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29일 K씨 측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외교부가 27일 K씨에게 발송한 징계의결요구서에는 ‘3급 비밀 친전문서인 한미 정상통화에 포함된 트럼프 방한 협의 등에 관한 정상 간 대화 내용을 국회의원 강효상에게 누설했다’는 내용만 포함됐고, 다른 기밀 유출 사실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30일 예정된 K씨 등 비밀 유출 사건 연루자 대상 징계위원회는 이 의결요구서를 토대로 열리기 때문에 실제 1건의 기밀 유출에 대해서만 징계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연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K씨는 총 3차례 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건 외에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회동 무산과 4월 한미 정상회담 전 실무협의 내용도 누설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전 유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조 차관이 보고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외교부가 혐의 범위를 좁힌 것은 이번 사태를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누설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중징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유출 반복 사실이 K씨의 고의성 입증을 위한 핵심 근거이기는 하지만 징계 수위에 의도성 유무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기도 하다. 당국자는 “관련 법령상 이번 사태의 핵심은 K씨가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라며 “의도는 부차적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징계 절차와 향후 형사소송 진행 과정에서 외교부와 K씨 측은 이번 유출이 업무상 과실인지 고의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외교부는 28일 K씨와 강 의원을 고의 기밀 누설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외교부는 징계의결요구서에도 “(K씨가) 보호해야 할 비밀을 고의로 누설해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명시했다. 반면 “실수로 통화 요록의 일부 표현을 알려줬다”는 게 K씨 측 소명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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