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 베버리힐스에서 열린 한 공개 행사에 참석한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매켄지 베이조스. 캘리포니아=AP 연합뉴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이혼한 매켄지 베이조스가 전 남편과 결별하며 얻은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키로 하면서 미국 부호들의 기부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상위 4대 기부자가 사회에 내놓거나 내놓기로 한 재산이 650억달러(78조원)에 달하는 것이다.

자선단체인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는 28일(현지시간) 매켄지가 공개 서약서를 통해 “우리 개개인은 이해할 수 없는 무한한 영향과 행운의 연속으로 남들에게 제공해야만 하는 선물을 받는다”며 “삶이 내 안에 가꿔 놓은 자산 외에도 내게는 나눠야 할 과분한 양의 돈이 있다”고 밝혔다.

매켄지는 지난 1월 결혼 25년만에 제프와 이혼하며 366억달러 가치의 아마존 지분 4%를 받았다. 여성으로서는 세계 4위의 부호가 된 그가 이번 서약에 따라 기부할 금액은 18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제프 베이조스는 전처의 이 같은 결정에 트위터를 통해 “놀랍도록 사려 깊다. 그녀가 자랑스럽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부호들의 이 같은 통 큰 씀씀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포브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누적 기준 28억달러를 기부해 미국 최고의 독지가로 꼽혔다. 2006년 재산의 99%를 점진적으로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버핏 회장은 지난해까지 총 467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기부했다. 이어 에이즈(AIDS)와 폐렴, 말라리아 퇴치 재단에 25억달러를 기부한 빌 게이츠 부부와 18억달러를 모교에 기탁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델 테크놀로지스 창업자인 마이클 델과 투자회사 힐먼 컴퍼니의 헨리 힐먼 회장도 기부 행렬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2015년 딸 출산과 동시에 ‘재산 99% 환원’을 선언했다.

미국에서 자선 기부는 단순히 부자들의 선심 정도로 해석되지 않는다. 번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정서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으며, 기부자들을 ‘레인 메이커(rain maker)’로 부르며 존경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래서 전처와 달리 기부에 인색한 제프 베이조스는 ‘구두쇠’로 비판 받아왔고 심지어 의회가 나서서 그의 기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기빙 USA’는 “2017년 미국 사회 전체 기부액은 4,100억달러로 전년보다 5.2% 늘었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반면 영국 자선구호재단(CAF)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기부참여지수는 세계 139개국 중 62위에 그쳤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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