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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잠을 깬 반유대주의

입력
2019.05.30 10:3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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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26일 유럽의회 선거 직후 ‘오래된 반유대주의 재앙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급히 냈다. 대서양 건너 28개국에서 진행된 선거가 발호하는 민족주의, 포퓰리즘의 지경을 보여준 이벤트였던 것이다. 좌우의 극단주의 위협을 마주해야 하는 유럽의 유대인 3분의 1이 이민을 고민 중이라고 할 정도이니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2차 대전 이후 서구 사회의 가장 큰 터부가 반유대주의였다. 전쟁의 재연을 막기 위해 마련된 하나의 유럽이 흔들리고, 반유대주의가 재소환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기독교 역사학자 제임스 파크스는 3세기 신학의 미신에서 반유대주의가 시작됐다고 본다. 계몽주의 이래 볼테르를 비롯한 사상가들이 가세했고, 유대인인 칼 마르크스도 반유대주의로 볼 모임에 참석해 논란을 낳았다. 장시간에 걸쳐 쌓인 유럽의 반유대주의 토양이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촉발시켰던 셈이다. 전후 반유대주의는 겉으론 사라졌지만, 고전적인 반유대주의, 다시 말해 예수의 죽음에 유대인 책임이 있다는 믿음은 살아 남았다. 문화적, 정서적 반유대주의는 저변에 유지됐던 것이다. 잠자던 반유대주의를 깨운 것은 유럽 좌우의 극단주의와 무슬림이다.

□달라진 현실은 유대인(JEW)이 저주, 경멸의 표현으로 사용되는 것에 고스란히 담겼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유대인의 꼭두각시’로 조롱한다. 미국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끄는 진보 좌파에도 반유대주의가 자리하고 있다고 베긴 사다트 센터(BESA Center)는 진단한다. 종교, 국가, 인종 문제로 변형돼 온 반유대주의는 최근에는 반이스라엘로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문제의 책임자란 이유에서다. 2014년부터 100만명 넘는 무슬림이 유입된 독일의 베를린 집회에서 다윗의 별이 불탔다.

□1933년 나치의 분서를 연상시킨 사건에 독일 지도자들은 역사 책임에는 예외도 타협도 없다고 경고했지만 전후 세대, 이민자들에게 원죄론은 스미지 못했다. 작년 11월 CNN조사에서 유럽인의 3분의 1이 홀로코스트를 아예 모르거나 잘 모른다고 답했다. 반면에 유대인이 전쟁과 분쟁의 원인이고 경제와 금융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반감은 컸다. 경직된 이데올로기는 항상 실패한 신(神)이었다. 하지만 역사는 그것을 입증하기까지 누군가의 질곡과 수난을 요구했다. 한국판 반유대주의는 없는지도 살펴야겠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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