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무슬림의 의무, 라마단
※ 인사할 때마다 상대를 축복(슬라맛)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마다 다채로운 민족 종교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선사합니다.
우리에겐 낯선 라마단 문화를 이해하고 그 뜻을 실천하는 한인들이 인도네시아엔 꽤 있다. 금식에 동참하거나, 나눔을 베푼다.
◇“라마단은 나눔이다” 유주완 필바이 대표
17일 자카르타 인접 도시 탕에랑(또는 탕그랑)의 밀폐용기 판매업체 ‘필바이(feelbuy)’ 마당. 100여 명이 회사 바깥까지 줄을 섰다. 라마단 기간을 맞아 생필품 등을 나눠주는 자선 행사를 찾은 지역의 빈자들이다.
유주완(54) 필바이 대표가 10년 넘게 해 온 일이다. 그는 1992년 인도네시아 주재원으로 왔다가 한국 본사가 부도 나는 바람에 눌러 앉았다. 집에 책상 한 개 놓고 아내와 함께 시작한 건설장비 임대업은 현재 직원 400명에 직영매장 4곳을 둔 밀폐용기 판매업체로 탈바꿈하고 성장했다. 그는 “내가 부릴 차 한 대, 전화 받을 직원 한 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 이상을 이룬 건 인도네시아 덕분”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 부부는 기독교인이다. 그럼에도 이슬람 문화를 그 자체로 존중한다. 유 대표는 “회사 주변에 가난한 주민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이 나라 문화를 따르자는 차원에서 작게나마 매년 잊지 않고 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주변을 챙기면서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아이들에겐 특별히 매달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는 “성적이 오르면 성취감을 누리라고 (돈을) 더 준다”고 웃었다. 이날 장학금을 받은 한 소녀는 “감사하다”고 울었다.
◇“라마단은 축복이다” 이강현 KOCHAM 수석부회장
이강현(53) 재인도네시아한인상공회의소(KOCHAM) 수석부회장은 입사 18개월 만에 최연소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왔고 도합 22년째 머물고 있는 최장기 주재원이다. 대학 시절 직접 연수단을 꾸려 인도네시아를 오갔고, 통역이 필요하면 어디든 달려갔다. 1991년 인천 앞바다 기름 유출로 수감된 인도네시아 선원들을 도운 일이 현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지 경제단체 회장을 외국인으로는 처음 맡았다. 아내도, 양아버지도 인도네시아인이다.
1994년 이슬람을 배우자는 차원으로 금식에 동참했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거절할 수 없어 며칠 만에 라마단 금식을 깨야 했다. 제대로 지킨 지는 10년 정도 됐다. “물 한 모금 적실 수 없으니 오후가 되면 구취가 심해지는 탓에 대화가 꺼려지고 말을 건네야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구강세정제를 끼고 산다.
그는 “아직 100% 종교적이진 않지만, 형식과 행위 속에서 경건이 온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슬람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 종교 자체가 생활인 문화와 라마단에 깃든 공동체 정신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 판매 확대 등 한국 기업들이 라마단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탕에랑ㆍ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