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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가 말하는 ‘기생충’, #메타포 #냄새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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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가 말하는 ‘기생충’, #메타포 #냄새 #한국어

입력
2019.05.28 18:45
수정
2019.05.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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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새 영화 ‘기생충’으로 돌아왔다. 한국일보 DB
봉준호 감독이 새 영화 ‘기생충’으로 돌아왔다. 한국일보 DB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을 통해 세계적 거장으로 거듭났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 감독은 국내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상태다. 그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영화 그 자체"라는 말로 '기생충'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이선균·최우식·조여정·박소담·장혜진이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봉준호 감독(이하 '봉')의 답변을 정리해봤다.

#메타포

봉: 이번에 오히려 상징을 피해보려고 애를 썼다. 극 중 등장인물이 "상징적"이라고 말을 하지 않나. 이상한 케이스다. 인물이 (대사를 통해) "와, 이거 상징적이다"라고 한다. 만약 산수경석이 무슨 상징이냐 한다면, 수석 그 자체다. 돌에 몇백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그런 걸 의미한다. 상징의 기호를 촘촘히 숨겨놓으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영화를 보고나서 전등을 집에 가서 보면 평소와 약간 달라보이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그건 실질적인 거 아닌가. 전등이 뭔가 상징한다기보다는 아파트나 집에 센서등이 깜빡거리는 것을 보며 피부에 와닿는 느낌을 추구해보려고 했다. 분석을 통해 도달하는 것보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기생충’ 스틸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기생충’ 스틸

#미술

봉: 이번 작품은 내 영화 중에 공간 숫자가 제일 적다. 부잣집, 가난한 집에서 90% 촬영됐다, 미시적이고 세밀하게, 더 자세하고 다채롭게 보여져야 하니까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디테일들은 미술감독과 그 팀의 장인정신과 집요함이 빛을 발한 거다.

부잣집이 가장 많은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다. 인물 동선이 교묘하게 엮여있어야 했다. 시야가 어찌 차단되고 동선이 어찌 꺾어지나 이런 건 시나리오 쓸 때 미리 모두 구상을 했다. 대략의 구조에 대한 주문을 미술감독에게 했다. 설계까진 아니지만 간단한 스케치를 줬다.

미술감독은 건축가를 만났는데 이게 건축학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했다더라. 아무도 집을 이렇게 짓지 않는다더라. (웃음) 그러면 나는 다시 '드라마를 풀려면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했다. 나를 만족시키면서 건축가들이 보기에도 집처럼 보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니 미술감독이 고생을 했다.

‘기생충’ 집은 세트로 지어졌다. ‘기생충’ 스틸
‘기생충’ 집은 세트로 지어졌다. ‘기생충’ 스틸

#메시지

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영화 그 자체다. 나는 강연회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영화를 통해 말하는 사람이다. 최우식, 박소담이라는 훌륭한 배우가 우리 시대 젊은 세대의 모습을 감독인 나보다 더 잘 알고 느끼는 사람들일 거다. 솔직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영화의 제일 마지막 쪽에 최우식 배우의 감정적 여운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일상에서 다 마찬가지겠지만, 실질적으로 잘되길 바라지만 녹록하지가 않다. 여러가지가 쉽지 않고 슬픔, 두려움, 불안감이 있는데 그런 복합적인 마음을 담아보고 싶었다. 끝에 최우식이 노래를 하지 않나. 그 느낌도 작은 영화의 일부다. 거기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우식 군의 느낌이 담긴 노래도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의 일부일 수 있다.

#한국어

봉: 한국어 영화라 좋았다.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한국어로 하니까 방언이 터졌다. 칸에서도 중간에 통역 거쳐서 해외 기자들 만나 얘기하다가 여기서 한국어로 직접 소통하니 너무 좋다.

시나리오는 직접 쓰지만 현장에서 그때그때 대사에 새로운 걸 넣거나 바꾸고 그랬다. 내가 토스를 해주면 배우들이 강 스파이크를 때리는 거다. 영어로 할 땐 그게 조금 힘들다.

‘기생충’에서 이선균과 조여정이 열연했다. ‘기생충’ 스틸
‘기생충’에서 이선균과 조여정이 열연했다. ‘기생충’ 스틸

#냄새

봉: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라고 해야 할까. 사실 가까운 사이여도 냄새를 얘기하기 쉽지 않다. 공격적이고 무례한 거다. '기생충'은 영화의 큰 화면으로 접하기 힘든 사적이고 내밀한 부분까지 카메라가 파고들기 때문에 냄새에 관해 얘기할 수 있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동선이 달라 냄새 맡을 기회가 없다. 비행기를 타도 그렇고, 가는 식당이나 일하는 곳 등도 많이 다르고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이 영화에 나오는 직종이나 근무상황 같은 게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황이다. 이 영화에서 쓰여지지 않으면 더 이상할 거 같은, 날카롭고 예민한 도구가 냄새 아니었나 싶다.

한편,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옥자'(2017)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송강호와 4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걷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다.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일군 쾌거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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