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공사장 출입구 막고 집회
노조원 고용하면 다른 현장 이동
일용직 노동자 일자리 빼앗겨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경기지역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속 노조원 우선 고용을 주장하며 공사장 진출입로를 막는 등 업무방해를 일삼아 건설사들이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채용하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경기지역 건설 공사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지부 회원들은 아파트와 학교 등 신축 공사현장을 찾아 와 소속 노조원을 고용하라며 공사현장 진ㆍ출입을 막는 등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소속 노조원 무조건 고용 △현장에서 소속 조합원의 점유율을 최대한 높일 것 △추가 공사 인력 필요 시 조합원 우선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합법적인 집회 신고 후, 수십명이 몰려가 진ㆍ출입로를 의도적으로 막아 업무를 방해하는 식으로 공사를 못하도록 했다. 때로는 폭행도 행사한다는 게 공사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대로 건설사가 소속 노조원을 고용하면 집회를 중단하고 다른 공사현장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실제 소속 노조원 고용을 요구하며 업무를 방해한 건설노조원들이 경찰에 붙잡힌 사례도 있다.
경기평택경찰서는 27일 평택지역 공사현장을 돌며 공사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지부 간부 A(48)씨와 B(43)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비노조원 근로자를 밀치는 등 2차례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평택 일대 아파트와 초등학교 신축 건설현장을 돌며 건설노조 조합원의 고용과 외국인 근로자 고용 반대 등을 요구하며 수차례에 걸쳐 현장 진출로를 막아 공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이 지속해서 공사를 방해해 현장마다 큰 피해가 발생,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다른 현장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건설사들은 이들을 어쩔 수 없이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무능력도 일용직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낮지만 이들 때문에 공사가 지연될 경우 막대한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원을 우선 고용한 뒤 빈자리를 일용직 근로자로 보충하다 보니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것이다.
경기 평택의 한 공사현장 관계자는 “요즘 공사현장의 ‘갑 중의 갑’은 노조원이다”라며 “노조원을 채용해도 업무 능력이 일용직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고용해도 문제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용직 근로자를 관리하고 있는 A씨는 “노조원 때문에 일용직 내국인 근로자는 물론 방문취업 비자(H2)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까지도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다”며 ”다 같은 노동자인데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현재 공사현장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불법하도급이고, 그중에서도 외국인, 외국인 중에서도 불법체류자가 70~80%를 차지하는 게 현실”이라며 “내국인의 쿼터제를 도입하든지, 내국인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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