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일부로 기재
의학적 의미의 질병에는 포함 안돼
세계보건기구(WHO)는 28일(현지 시간)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안에서 마음의 에너지가 다 방전된 ‘번아웃(Burnout) 증후군’을 질병으로 포함하지 않았지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분류 하에 ‘고용 또는 실업 관련 문제’로 기재했다.
WHO는 당초 번아웃 증후군을 질병분류목록에 등재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번아웃을 특히 ‘직업 관련 맥락’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세분화하면서, 업무와 무관한 적응장애, 스트레스와 특히 밀접한 장애, 불안장애 또는 공포 관련 장애, 감정장애는 번아웃 증후군에 속하지 않는 별도 장애로 규정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다.
번아웃 증후군은 1974년 미국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처음 만든 개념이다.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이라는 논문에서 약물 중독자들을 상담하는 전문가들이 느끼는 무기력증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번아웃 증후군은 지나치게 목표를 높게 잡고 전력을 다하는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또 긴 노동 시간에 비해 짧은 휴식 시간, 강도 높은 노동 등의 사회적 요인 등이 번아웃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되도록 정해진 업무 시간 내에 일하고, 퇴근 후 집으로 일을 가져가지 않아야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이 생기면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을 자주 받거나, 쉽게 짜증이 나게 된다. 만성 두통, 피로, 소화불량을 겪게 되며 무엇을 해도 의욕이 없고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윤현철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은 단순히 무기력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뇌가 과로해 건망증이 생기거나 과도하게 예민해져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했다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민을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그것을 털어놓고 대화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에 있어 정해진 시간 내에 해결하고, 휴식 시간에는 온전히 휴식만을 취해야 한다. 즉, 워라밸(work life balance)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할 때에는 집중하고, 휴식할 때 충분하고 완전하게 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업무 중간에도 잠깐씩 쉬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김정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환자는 대부분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다”며 “이들은 성격상 도움 요청도 못하고, 거절도 못해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한편 WHO는 이번 개정에서 성전환을 기존 정신장애 목록에서 제외했다. 성전환은 대신 '성 건강 관련 상태' 분류 하에 '여성 생식기의 해부학적 변화', '남성 생식기의 해부학적 변화'로 기술됐다. 반면 강박적인 성적 행동장애는 정신장애의 일종인 충동장애 목록에 추가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번아웃 증후군="" 체크리스트=""> (*3가지 이상이면 증상 의심) 번아웃>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을 하면 피곤해진다.
-일하는 것에 심적 부담과 긴장을 느낀다.
-업무를 하는데 무기력하고 싫증을 느낀다.
-업무를 하는데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현재 업무에 관심이 크게 줄고,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이전에 즐거웠던 일이 요즘 무미건조하고 행복하지 않다.
-전보다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낸다.
-어디론가 먼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식·음주·흡연 등을 즐긴다.
-평소보다 짜증·불안이 늘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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