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를 줄이냐, 늘리냐를 두고 학계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10% 올리면 국내 노동시장의 고용 규모가 최대 0.79%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이 같은 감소치가 과도하게 추정됐다는 반론도 거세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영향력에 대한 학계의 연구 방법론과 자료에 모두 한계가 있는 만큼, 고용 부진의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만 돌리는 단순한 해석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28일 한국노동연구원ㆍ중소기업연구원 주최로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 정책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노동시장 전체의 고용 규모가 0.65~0.79% 가량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2008~2017년)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최저임금의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점(최저임금+4,000~5,000원) 미만 임금 구간의 근로자 분포 변화로 고용 영향을 추정한 것이다. 다만 최저임금이 16.4% 올랐던 지난해는 분석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다.
강 교수에 따르면, 최저임금보다 4,000원 높은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잡고 최저임금이 10% 인상됐다고 가정하면 고용규모가 평균 0.7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0.99%), 30~299인 사업장(0.26%)은 고용이 증가하지만 1~4인 사업장(-2.46%)과 5~29인 사업장(-1.10%)은 고용이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1.47%)과 제조업(-1.00%), 음식숙박업(-0.23%)에서 고용 규모가 줄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3~2018년 지역고용조사를 분석하면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며 “경기 침체로 인한 영향을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저임금이 임금ㆍ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한 성재민 노동연 동향분석실장도 “금융위기 이후 최저임금 준수와 영향이 과거에 비해 커지고 있지만, 경기 여건을 고려해 분석하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 실장은 “경기 여건이 좋을 때 최저임금 인상은 의도한 효과를 보여주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상황에 따라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일정 영향을 주었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감소 효과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 지식연구부장은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건 전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 부근에 가까이 있는 근로자”라며 “앞선 연구들이 노동시장 전체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고용 감소 효과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데, 실제 감소 수준은 5만~8만명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정책평가분석본부장은 “현재 최저임금 영향 분석은 노동시장과 소득 분배에 초점을 두어 미시적, 단기적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과 거시 경제 변수간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두고 생산성, 소비, 투자, 성장 변수에 미치는 영향 분석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