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ㆍ문체부 간 알력 불거지자 민관협의체 구성 주도하기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이해가 각기 다른 정부 부처가 갈등을 빚을 조짐이 보이자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섰다.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을 주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세종청사에서 최근 WHO가 ‘게임 이용 장애’(게임 중독)에 질병 코드를 보유하기로 한 일과 관련해 대책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의 관계 부처 차관 회의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의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해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또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 게임업계, 의료계, 관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관 협의체를 통해 질병 코드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한 게임업계의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건전한 게임 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라며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지속해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민관 협의체를 국무조정실이 주도해 구성ㆍ운영하기로 정부가 방침을 세운 건 25일 WHO 총회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이 통과된 뒤 곧바로 보건당국인 복지부와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체부 간에 알력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WHO 발표 직후 민관 협의체 구성 등 대응 준비 작업에 복지부가 착수하자 문체부는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WHO에 전달하는 한편 보건당국 주도의 민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서둘러 진화에 동참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이날 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부 회의에서 이 총리는 “관계 부처들은 향후 대응을 놓고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ICD 개정안은 2022년 1월부터 각국에 권고적 효력을 미치지만 각국은 국내 절차를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며 “우리의 경우에는 설령 도입을 결정한다 해도 실제 시행하려면 2026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건전한 게임 이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게임산업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이 통상 비공개로 진행되는 간부 회의 발언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게임 중독 질병 분류에 따른 부처 간 갈등 확산을 차단하고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인 것으로 짐작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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