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소ㆍ고발된 사건의 처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피의사실공표죄로 고발당한 검찰이 스스로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수사한 뒤 모두 ‘죄가 안 됨’으로 결론 냈다는 얘기다. 형법 제126조에는 수사기관 종사자가 피의사실을 공표했을 때는 징역 3년 이하 등 엄중 처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무부 훈령으로 ‘예외적 공보 사유’를 마련해 사실상 형법 조항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과거사위는 분석 기간의 대표적인 피의사실 공표 사례로 송두율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이석기 국가보안법 사건, 광우병 PD수첩 사건 등을 들었다. 송 교수 사건의 경우 2003년 국내 입국 다음날부터 구체적인 혐의 사실, 진술 내용, 수사기관 의견 등의 보도가 쏟아졌다. 송 교수는 기소 후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수사 검사 등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으나 전원 불기소 처분됐다. 과거사위 조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2009년 언론을 통해 보도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도 피의사실 공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국정원의 기획과 검찰 협조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 없는 보도로 노 전 대통령은 결국 비극적 결말에 이르렀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됐지만 역시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는 피의자를 압박하고 국민에게 유죄의 심증을 심어줘 재판 결과를 불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인격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검찰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분에 기대, 실제로는 자신들의 수사 편의를 위해 거리낌없이 피의사실을 공표해 왔다. 과거사위는 이런 문제점 개선을 위해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처벌할 것과 기소 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사항에 대해선 별도 입법을 통해 하도록 권고했다. 검찰은 지체 없이 과거사위 권고를 이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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