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엘시티 유리창 파손
100m 떨어진 공영주차장까지 날아가
사람 맞았으면 인명 피해 발생 가능성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 101층짜리 건물의 창문 유리가 강풍이 불면 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깨진 유리 파편들이 공중을 날아 주변으로 흩어지면서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8일 해운대소방서 등에 따르면 하루 전인 27일 오후 2시 24분쯤 부산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동(101층) 83층에서 강풍에 유리창이 부서졌다. 깨진 유리는 가로 120㎝, 세로 130㎝, 두께 28㎜다. 위가 고정돼 있고 아래에 달린 창틀 손잡이를 밖으로 밀어 여는 형태의 창이다.
랜드마크동 83층은 높이만 200m 가량인데 이 곳에서 깨진 유리는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아가 엘시티에서 100m 이상 떨어진 미포 공영주차장에 떨어졌다. 주차장에 있던 차량 4대가 날아온 유리에 긁히는 피해를 당했다. 사람이 맞았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공영주차장에 3~4㎝ 가량 크기의 유리 파편 여러 조각들이 발견됐다”면서 “사람이 있어 유리 파편을 맞았다면 부상을 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와 시행사인 엘시티 측은 83층이 건물 마감 공사 중이라 한쪽 벽 창문이 모두 설치돼 있지 않아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방이 막혀 있는 아래쪽 층보다 강한 바람에 의한 기압차를 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포스코 측은 모든 창호를 닫은 채 작업하도록 근로자에게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작업자가 지시에 따르지 않고 창문을 열어놨고, 창문이 기압차로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며 깨졌다는 것이다.
공사 관할 기초단체인 해운대구 측은 출입문 공사 등이 완료되지 않아 바람이 건물 하부에서 위로 타고 올라가는 현상과 외부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겹쳐 기압차가 크게 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엘시티 유리가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6일 태풍 콩레이가 남부지역을 관통할 당시 엘시티 건물에 있던 유리창 1,000여장이 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가 건물 외벽에 달려 있던 와이어 줄을 걷어놓지 않아 와이어가 유리창과 충돌해 유리가 깨졌고, 유리 파편이 역시 바람을 타고 100여m 떨어진 6개 건물에 있던 수백 장의 유리창과 주차된 차량 60대를 파손했다.
해운대에 사는 주민 김모(48)씨는 "강한 바람이 불 때마다 초고층 건물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상황이 너무 불안해 걸어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건물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구청이 외부전문가를 통해 중간 점검을 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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