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여신금융협회장 반대한다.”
28일 오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는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장 후보로 10명이 나서고 이중 4명이 관료 출신인 상황에서, 사무금융노조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사실상 노조까지 선거에 끼어드는 모양새라 12대 여신금융협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이날 사무금융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관료출신 협회장이 여신금융협회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2중대로 만들었다”고 운을 뗀 뒤,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카드사는 진정한 위협을 느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카드업계 종사자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는 금융당국과 이런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관료들이 이제 와서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협회장 선거를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관 출신들을 비판했다.
어느 때 보다 카드업계가 힘든 만큼 전문성 있는 인사가 필요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차기 협회장은 카드수수료 관련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응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 정부 정책의 부당함에 맞설 수 있는 인사가 협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했다. 관 출신보다는 여신업계 ‘선수’ 출신을 선호한다고 밝힌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소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금융당국이나 정부에 여신업계의 어려운 점들을 여과 없이 알리고 부딪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워낙 업계가 하향세인지라 이젠 벼랑 끝에서 살려달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업계에 이해도가 높고 감정이입을 해줄 인물을 찾는 거 같다”고 말했다.
노조에서 성명을 낼 만큼 이번 여신금융협회장 선거는 열기가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선거에 입후보한 인물만 총 10명에 달한다. 이중 관 출신은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행정고시 23회) △최규연 전 저축은행중앙회 회장(행시 24회)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행시 25회) △이기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까지 총 4명이 지원했다. 민간에서는 임유 전 여신금융협회 상무, 정수진ㆍ정해붕 전 하나카드 사장,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사장, 이상진 전 IBK캐피탈 사장이 도전했고 그 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가 10명이나 되는 상황에 여신금융협회는 3명의 숏리스트를 선정한 뒤, 이중 최종입후보자 1명을 골라낼 예정이다. 숏리스트는 오는 30일 발표된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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