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본 국빈방문 성과와 한계

日 ‘오모테나시 외교’로 3박 4일간 밀월 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일본 지바현 모바라시에 위치한 골프장에 도착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지바=교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도쿄 모토아카사카의 영빈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28일 레이와(令和) 시대 첫 국빈으로서 일본 방문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박4일 동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미일 밀월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두 정상이 함께 한 행사들이 생중계로 전달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굳건한 동맹임을 재확인한 점이 가장 큰 성과다. 그럼에도 주요 의제였던 북한 미사일 발사와 미일 무역협상에 대한 두 정상의 인식 차를 드러내는 한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문기간 일본 측 인사와 함께 한 8개의 공식 일정 중 25일 일본 기업 관계자들과의 만찬과 27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면담을 제외한 6개에 아베 총리가 동행했다. 26일엔 골프ㆍ스모 관람ㆍ로바타야키 만찬 등 아베 총리와의 친교행사로만 채워지면서 ‘오모테나시(일본의 손님에 대한 극진한 접대) 외교’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특히 부인을 동반하지 않은 골프 회동은 미일 밀월을 상징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26일 2시간 30분 간의 골프 회동은 27일 정상회담에 소요된 3시간과 맞먹는다. 아베 총리는 골프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달 이란을 방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ㆍ이란 관계를 중재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무역협상 타결과 관련해 “7월 참의원 선거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밝힌 시점도 골프 회동 직후였다. 골프 회동에서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현안에 대한 두 정상의 속내가 실질적으로 오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포함해 누적 기준 11차례의 정상회담(총 25시간 45분), 5차례의 골프 회동(약 16시간 10분), 30차례의 전화통화(약 15시간)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아베 총리가 톱다운 방식으로 사안을 결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쌓는 것은 일본에 큰 플러스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요란한 접대에도 불구, 미일동맹 연출 외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국은 지난달에 이어 한 달 만에 열린 정상회담인 만큼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의제가 없었기 때문에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공동 기자회견에서 당초 우려대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무역협상에 대한 두 정상의 이견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결의안 위반이 아니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아베 총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답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선 “8월에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를 배려해 7월 참의원 선거 이후인 8월에 무역협상을 타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8월 합의’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일본 정부는 28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감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진화에 땀을 흘리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등의 관세인하와 관련해 일본 측 가이드라인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미국은 TPP에 구속돼 있지 않다”고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에선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이번엔 아베 총리가 협력할 차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일무역 공세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일본 야당은 ‘8월 합의’ 밀약설을 제기하며 대여 공세에 나섰다. 아베 총리가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반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농산물의 관세 철폐 등 큰 폭의 양보가 있는 게 아니냐”며 7월 참의원 선거에서의 쟁점으로 삼겠다는 태세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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