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정부 포상 피추천 자격 없는데도 3년간 13명 수상”
대통령ㆍ국무총리 표창 등 정부 포상을 받을 수 없는 부적격자에게 포상이 이뤄진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한 육군 간부의 경우 과거 징계 전력 탓에 정부 포상 추천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스스로 추천 심사기구의 장을 맡는 식으로 심사를 통과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8일 공개한 ‘정부 포상 부적격자 추천 및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0월 이후 3년간 13명의 부적격자가 정부 포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포상 후보자를 선정할 때 각 기관은 형사 처분을 받거나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 징계 처분을 받거나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 산업 재해 관련 명단에 공표된 기관ㆍ단체 등은 추천할 수 없다. 이미 추천했다 하더라도 철회해야 한다. 감사 대상 기간 동안 이런 제한 사유가 있는데도 정부 포상 수여자로 추천된 경우가 6건, 추천 후 제한 사유가 생겼는데도 철회되지 않아 정부 포상을 받은 경우가 7건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중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 A씨는 국방부 계룡대근무지원단 참모장이던 2016년 12월 본인의 부적격 사유를 숨기고 ‘셀프 추천’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타냈다. 상훈법 등에 따르면 추천 적합성을 심사하는 공적심사위원회 위원은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A씨는 당시 공적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2015년 자신이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본인에 대한 정부 포상 추천을 요구했다. 계룡대근무지원단 포상 업무 담당자들도 “징계 전력이 있는 인물이 본인을 추천할 리가 없다거나 시일이 촉박하다는 등의 이유”로 A씨를 국무총리 표창 수여자로 추천하는 문건을 결재했다.
추천 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추천을 철회하지 않은 덕에 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도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례가 파악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 과장 B씨는 2016년 11월 정부 포상 후보자로 추천된 다음 약 한 달 후 대전 지역에서 행인을 ‘무차별 폭행’한 혐의로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다. 우정사업본부는 즉각 행정안전부에 B씨의 추천 철회를 요청해야 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결과 B씨는 같은 해 12월 31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B씨는 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가 의결됐음에도 대통령 표창을 공적으로 인정 받아 징계 수위를 견책에서 불문 경고로 낮추기까지 했다. 애초 부적격자인데도 받은 대통령 표창이 징계 감경에 오히려 도움을 준 것이다.
유사 사례는 교육부와 육군교육사령부, 서울과학기술대에서도 발견됐다. 서울시, 창원시, 순천시, 서귀포시, 하동군 등 지자체에서도 부적절하게 수여된 정부 포상이 징계 감경에 활용됐다.
감사원은 본인의 징계 사실을 누락하고 공적심사위를 자의적으로 운영한 A씨를 정직 처분하고, 총리 표창을 취소하라고 소속 기관장에게 요구했다. 포상 업무를 태만히 한 관계자들에게도 경징계 이상 처분을 하라고 요청했다. 인사혁신처와 행안부에는 부당하게 수여된 정부 포상은 징계 감경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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