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들이 측정 수치를 조작해 적발된 사례가 지난 5년간 30건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고발된 것은 겨우 4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솜방망이 처벌이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전국 측정대행업체가 고의로 측정결과를 허위로 조작해 적발된 사례는 30건에 달한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달 발표한 전남 여수 산업단지 사례를 제외한 수치다. 당시 측정대행업체 4곳이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사업장들의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번에 공개된 30건의 70%에 해당하는 22건은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에서 적발됐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대기오염이 22건으로 가장 많고 수질 6건, 악취 1건, 소음ㆍ진동 1건이다. 연도별로는 2014년 2건, 2015년 7건, 2016년 18건, 2017년 0건, 2018년 3건이었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적발한 30건 중 고발 조치된 건은 4건에 불과했다. 적발된 업체들은 짧게는 45일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등록취소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지난 4월 여수산단 입주업체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조작해 적발된 동부그린환경은 2015년에도 수질 자가측정기록부를 허위 발급해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창현 의원은 “동일한 사례가 30건이나 있었음에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탓에 조작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측정대행업체가 오염물질 배출업체의 배출 수치를 조작하는 것은 두 업종 사이의 ‘갑을’ 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측정대행업체가 배출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운영되는 특성 탓에 배출업체의 요구를 충족해주느라 조작의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다. 30건 가운데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의 공모 관계가 확인된 건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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