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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서 12만명분 필로폰 만드는데 냄새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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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서 12만명분 필로폰 만드는데 냄새 안 났다?

입력
2019.05.28 12:00
수정
2019.05.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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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기술자들 검거… 독한 냄새로 외곽에서 제조 통념 깨져

필로폰을 제조한 중국인 A씨가 머문 객실에서 발견된 필로폰. 경찰 제공
필로폰을 제조한 중국인 A씨가 머문 객실에서 발견된 필로폰. 경찰 제공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4일 동안 같은 호텔에서, 무려 12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만들어 낸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조 과정의 독한 냄새 때문에 외따로 떨어진 교외에서나 필로폰 제조가 가능하다는 통념을 깬 사건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로폰을 제조한 20대 중국인 A씨와 제조 대금 및 장비를 공급한 40대 대만인 B씨, 필로폰을 투약한 C씨를 검거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C씨를 제외한 두 명은 구속됐다.

필로폰 제조 과정에서는 특유의 강력한 냄새가 생긴다. 이 때문에 필로폰을 만드는 조직은 농촌이나 산골의 비닐하우스 같은 곳을 이용했다. 그러나 A씨는 입국 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 머무르면서 보름 가까이 필로폰을 만들었지만 냄새를 풍기지 않았다. 필로폰 제조에 전기가 많이 들다 보니 호텔 방이 전력 과부하 때문에 한차례 정전이 되기도 했다. 이 때도 아무런 냄새가 없다 보니 호텔 측 그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더구나 A씨의 필로폰 제조 시간은 30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보통 필로폰 완성 시간이 3,4일쯤인데 이를 급격히 단축한 것이다. 그 덕에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은 무려 3.6㎏, 12만명의 투약할 수 있는 120억원 상당하는 양이다.

'중국인 필로폰 ‘기술자' A씨의 검거 장면. 경찰 제공
'중국인 필로폰 ‘기술자' A씨의 검거 장면. 경찰 제공

경찰은 A씨 검거 이후 이들의 필로폰 제조 기법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다 감정도 의뢰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도구는 전기레인지와 비커 등으로 간소했다. A씨는 경찰의 추궁에 “필로폰 제조는 처음”이라고만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와 B씨가 입국 전부터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으며, 제조장소인 서울의 호텔을 예약해두고, 점조직처럼 움직이는 마약 조직의 특성에 맞게 서로에 대해 잘 몰랐다는 점 등으로 볼 때 경찰은 더 큰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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