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왕 국제 외교무대 신고식… 트럼프, 일왕에 비올라 선물
나루히토(德仁) 일왕 내외가 27일 레이와(令和) 시대 첫 국빈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즉위 이후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했다. 고쿄(皇居ㆍ일왕의 거처)에서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면담한 데 이어 궁중만찬에 초대해 “양국 국민 간 유대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7시쯤 나루히토 일왕 내외가 주최한 궁중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고쿄를 찾았다. 나루히토 일왕은 만찬에 앞서 “오늘의 미일관계가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적인 노력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며 양국 국민이 앞으로도 협력의 폭을 넓혀 미래를 향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해 나갈 것은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와 시대가 일왕 내외와 왕실, 모든 일본 국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답했다. 이어 레이와의 원전인 만요슈(万葉集)에 나온 시구를 언급하고 “만요슈의 지혜가 계승된 것처럼 미일동맹도 계승해야 할 풍부한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궁중만찬엔 일왕 내외를 포함한 왕족,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외와 각료 등 총 165명이 참석했다. 만찬에는 프랑스 요리가 풀코스로 제공됐다.
이에 앞서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는 오전 9시쯤 고쿄 내 궁전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맞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 일왕과 악수하면서 왼손을 나루히토 일왕의 팔에 살짝 갖다 대는 특유의 제스처를 취했다. 환영식을 마치고 궁전으로 들어가면서는 나루히토 일왕 등에 손을 대는 모습도 포착됐다.
나루히토 일왕 내외는 면담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영어로 대화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2년간 유학한 나루히토 일왕과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마사코 왕비는 영어에 능숙하다. 이에 나루히토 일왕은 공식 면담을 제외하면 통역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영어로 의견을 나눴다. 면담은 15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위 직후 국빈으로 초대를 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감사를 전했고,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 후 첫 국빈으로 맞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모(相撲) 관람도 화제가 됐다. 나루히토 일왕이 관람 소감을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전통이 매우 강력하고 멋졌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스모를 관람할 기회가 자주 있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며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본 것처럼 가까이에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나루히토 일왕에게 80여년 전 미국에서 제작된 비올라를 선물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수준급 비올라 연주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마사코 왕비에게는 모교인 하버드대 구내에서 자란 나무로 제작한 만년필을 선물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자기 장식품을, 멜라니아 여사에게 금으로 세공한 목제 장식함을 선물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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