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21일 서울 번동 북서울꿈의숲에서 진행된 ‘도그워커' 양성과정 야외수업에서 본보 박지윤(오른쪽)기자가 실습수업을 받아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아침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학교로, 일터로 가야 한다 굳게 다짐하지만 문 앞까지 쫄래쫄래 따라 나서던 ‘내 새끼’의 촉촉한 눈망울을 볼 때면 괴롭다. “나 대신 우리 강아지랑 뛰어주실 분, 어디 없나요?” 그래서 등장했다. 개와 함께 걷는 사람, 일명 ‘도그워커(Dog Walker)’다.

도그워커는 보호자 대신 개의 산책을, 운동을,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정서적 안정을 돕는 이들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생긴 직업이다. 개와 놀아주고 돈도 버는 거니 개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도그워커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목줄 잡고 돌아다니다 오면 그만 아니냐” “개보다 사람이 더 호강하는 일 아니냐”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직접 해봤다. 어린 시절 진돗개에게 물렸지만, 그래서 지금도 개를 만나면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개를 보면 흐뭇한, 언젠가 한번은 개를 키워보고 싶은 기자가 도그워커에 도전해봤다. 지난 21일 서울 번동 북서울꿈의숲에서 열린 도그워커 양성 과정 야외 실습 수업이었다.

◇ “목줄 잡는 것도 기술입니다”

“자, 목줄부터 한번 잡아 보세요.”

시작부터 난관이다. 실습견은 늘씬하니 쭉쭉 뻗은 러시안 보르조이종. 몸무게만 30㎏에 육박하는 초대형견이다. 이름은 ‘헤일리’라 했다. 순해보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 큰 개를 제어하려면 이렇게 해야겠지, 손이 가슴께까지 훌쩍 올라갔다. 야외 실습 강사 서지형 제이클리커 아카데미 대표가 바로 손을 잡아 내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헤일리가 거칠게 헉헉댄다. 줄을 높이 들어올리는 바람에 목이 졸린 것이다.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들도 막상 남의 개 산책시켜보라 하면 무의식적으로 줄을 높이 치켜드는 경우가 많아요. 긴장 때문이죠. 항상 개의 눈높이에서 생각하세요. 높이 들면 개에게 무리가 갈 뿐 아니라 그 때문에 개가 다른 곳으로 튀어 나갈 확률도 높아져요. 최대한 낮게 잡으셔야 해요.”

서 대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내렸던 것도 잠시, 또 다시 줄을 잡은 손이 스멀스멀 허리께까지 올라온다. 혹시나 하는 불안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앓아대는 소리가 들린다. 다들 “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들지” 하소연들이다. 모두들 자꾸 올라오려는 손을 내리느라 진땀들이다. 어쩐지 위안이 된다.

◇ “우리 개는 안 물어요” 같은 소리 마세요

그렇다. 목줄 하나 잡는 데에도 다 원칙이 있다. 낮게 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 손 아닌 두 손으로 잡는 것은 기본. 허리에 두르는 가방 ‘힙색’ 형태의 훈련용 파우치에 목줄을 연결해서 개와 산책자가 ‘한 몸’이 돼야 한다. 헤일리 같은 대형견은 몸무게가 40㎏까지 나간다. 두 손으로도 감당 안 될 경우가 생긴다. 배변 정리를 할 때도 허리에 연결된 줄을 땅에 놓은 뒤 두발로 단단히 밟고 처리해야 한다. 사람들 곁을 지날 때면 줄을 바싹 당겨 잡아야 한다. 줄에다 손가락을 감는 행동 등은 절대 금지다. 개가 튀어나가면 손가락이 부러질 수도 있다.

“훈련의 제1 목적은 도그워커가 개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느냐예요. 4주 실습으로 프로 훈련사가 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안전을 위한 기술을 완벽하게 배우셔야 해요.” 서 대표의 설명이다.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때다. 바로 ‘줄 바꿔잡기’.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도그워커가 그 사람과 개 사이에 위치해 양쪽 사이를 갈라놓는 일종의 ‘벽’이 되는 기술이다. 개가 갑자기 흥분해서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걸 막으려면 목줄을 쥔 사람이 몸으로 개의 시야를 가려줘야 한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우리 개는 순해요” 같은 몰지각한 소리를 늘어놓을 생각따윈 말아야 한다. 벽을 만드는 게 곧 안전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목줄이 꼬이면 개가 다친다는 것. 이를 피하기 위해 두 손의 위치를 바꾼 뒤 천천히 개의 뒤쪽으로 이동한 다음 앞으로 나서야 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평일 낮이라 실습 교육장엔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자연스럽게 개를 통제해야 하는 도그워커는 바빠진다. 배우한 기자

실습장이 공원이라 곳곳에서 사람들이 튀어 나온다. 설명 들을 때와 달리 그 때 그 때 자연스럽게 줄 바꿔잡기를 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줄 잡은 지 고작 30분인데, 진이 쭉 빠진다.

◇배운 방법 적용하니 “우리 개가 달라졌어요”

이날 실습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10명. 천차만별인 사람들이지만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점은 대부분 같았다. 도그워커 수업 덕에 일단 반려견과 더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들이 줄이었다.

“’칭찬-보상’ 테크닉은 일종의 긍정 강화 트레이닝 방법이예요. 강아지와 눈을 맞추고, ‘옳지’라고 말해준 다음 간식을 주는 방법이죠. 보통은 쓰다듬어 주거나 안아주는 것으로 대신하는 분들도 있는데, 효과가 아무래도 덜 하죠. 먹이나 장난감과 같은 직접적인 보상이 있어야 훨씬 교육효과가 좋아요. 그러니까 강아지와는 말로 대화한다기 보단 ‘행동’으로 대화한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이런 서 대표의 교육내용을 고스란히 행동으로 옮겼다는 수강생 홍준표(28)씨는 그야말로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며 박수를 쳤다. 보통은 말을 듣지 않을 때, 목줄을 휙 끌어당기거나 ‘하지마’라고 다그치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목줄을 한 번 채우려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일단 속는 셈 치고 해보자’하며 수업에서 배운 대로 해봤더니, 행동이 바뀌었다. 이제는 개가 스스로 다가와 목줄을 채우라고 머리를 들이민다. “오랜 고민이 한번에 해결된 셈이죠. 어쩐지 우리 집 강아지에게 더 좋은 보호자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어요. 일석이조입니다.” 홍씨는 벌써부터 도그워커로 활동하게 될 날들이 기대되는 눈치였다.

◇생명 다루는 일… 사명감 없이는 못합니다

교육을 받을수록 우려가 더 커진다는 이들도 있었다. 수강생 김윤혜(31)씨는 “막연히 생각해왔던 것보다는 확실히 어렵다”며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몸이 바쁜 것보다 더 힘든 것은 ‘타인의 반려견을 통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수강생 조민주(30)씨는 “방치되는 강아지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막상 남의 강아지를 맡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다”고 토로했다. 가족의 일부 같은 반려견을 다뤄야 하다 보니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작권 한국일보] 도그워커 수업 수강생들이 교육받은대로 실습해보고 있다. 반려인으로서 나름 개를 잘 안다 했건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배우한 기자

실제 현역 도그워커들은 어떨까. 지난해 9월 이후 도그워커로 활동 중인 김보배(35)씨는 “이 일 또한 생명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전 주인에게 학대를 받아 하반신이 마비된 고양이와 사람에게 4번이나 버려져 분리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강아지를 돌보고 있다. 인간에게 크게 상처받은 생명들이다 보니, 낯선 이에 대한 경계가 심했다. 크게 짖거나 피하기를 여러 번, 그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올 때까지 김씨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단지 동물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사명감’ 없이는 못하는 일이란 뜻이다.

◇ 여전히 찾기 힘든 ‘펫티켓’

도그워커를 꿈꾸는 이들의 또 다른 고민은 ‘반려인의 자질’이다. 가끔 개에게 필요한 훈육을 하면 왜 그러느냐고 항의하는 주인들도 있다. 이들은 한결 같이 개니까, 동물이니까, 본성상 좀 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들 한다. 반려동물 키우는 이들이 1,500만에 이르는 시대라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배설물 처리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개의 대변은 단단하기 때문에 봉투에 넣어 밀봉한 다음 쓰레기통에 버려주시기만 하면 되고, 소변도 물통 하나 들고 다니다 볼일 본 자리에 뿌려주면 된다”며 “그런데 그 간단한 것 조차 안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서 대표는 “귀엽다거나 예쁘다는 이유로 불쑥 다가와서 만지는 행동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야외 수업 도중에도 “저기 강아지다! 만지고 와봐” 라며 아이 등을 떠미는 부모들이 부지기수였다. 도그워커 교육을 받는 이들은 “만지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방법도 배운다.

[저작권 한국일보] 도그워커는 개와 인간 모두의 기쁨을 위한, 양측 사이의 중재자다. 배우한 기자

직접 해보니 도그워커 교육은 꼭 남의 개를 돌봐줘야 해서가 아니라 반려견과 함께 살기 위해 한번은 받아볼 만한 교육이었다. 개의 눈높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건 개를 좋아한다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게 아니었다.

도그워커 정주연(52)씨는 꼭 하고 싶었다는 듯 한마디 남겼다.

“항상 목줄 잡고 휴대폰 보기 바쁜 주인 분들께 한 말씀 드리고 싶어요. 되는대로 끌고 다니는 건 산책이 아니랍니다. 보호자 본인의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 산책 말고, 꼭 강아지가 즐거운 산책을 하게 해주세요.”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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