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31일 여는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기준금리보다 오히려 소수의견이 나올 지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심상찮은 경기 부진을 감안할 때 금통위원 일부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는 반면, 한은이 집값 상승에 대한 경계감과 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을 재차 강조하며 ‘만장일치 동결’ 기조를 견지할 거란 전망도 만만찮다.
2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시장에선 금통위가 오는 31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 수준으로 동결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통위가 작년 11월 기준금리 인상(1.50→1.75%) 이후 줄곧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해왔고 최근까지 금리 유지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 내부에 금리인하 주장이 등장할 거란 관측은 강화되는 분위기다. 수출이 이달 1~20일에도 전년동기 대비 11.7% 줄어 6개월 연속 감소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대외 여건은 한층 불확실해졌다. 내수는 1분기 소매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1.7% 성장에 그치더니 지난달엔 백화점(-3.0%)과 할인점(-4.8%)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전반으로 낮추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권고한 상황이다.
목표치(2%)를 한참 밑도는 물가상승률도 소수의견 출현 전망의 근거다. 특히 조동철 금통위원이 최근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고 공개 경고하면서 금통위 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통위 입장을 변화시킬 만한 재료들이 추가된 만큼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7, 8월 금리인하 기대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당장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엔 부담스럽지만, 저물가와 경기 우려를 감안하면 소수의견 등장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한은이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7월에 소수의견이 개진될 거란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까지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인하 ‘깜빡이’로 받아들여질 소수의견을 섣불리 내지 않을 거란 얘기다. 실제 한은 내부에선 부진한 경기를 감안해 금리를 내리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간 자칫 막대한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위험을 우려하는 기류가 강하다.
이로 인해 집값이 다시 급등할 경우 한풀 꺾인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한은의 이러한 입장엔, 지금 상황에선 금리를 내려도 성장과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자리잡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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