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27일 오전 8시 45분 기준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에 따른 의석 배분 예상치. 유럽의회 홈페이지 캡처

유럽의회의 ‘중도세력 과점체제’에 균열이 일었다.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출구 조사 결과 예상대로 중도 좌우파 양대 정당의 의석수는 과반에 못 미치고, 반난민ㆍ반유럽연합(EU)을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즘 그룹이 대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녹색당도 세를 불렸다.

26일 밤 투표가 끝난 뒤 유럽의회가 제9대 유럽의회 정치그룹별 예상의석 수를 분석한 결과, 현재 3개 정치그룹(ECRㆍENFㆍEFDD)으로 나누어진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전체 유럽의회 의석 751석 가운데 172석(한국시간 27일 오전 8시 45분 기준)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체 의석의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역대 선거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영국 보수당과 폴란드 법과정의당(PIS), 스웨덴민주당(SD)이 속한 유럽보수개혁(ECR)그룹이 60석을,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영국 브렉시트당 등이 속한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이 51석을, 이탈리아 동맹(League), 프랑스 국민연합(RN), 영국 독립당(UKIP) 등이 속한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 그룹이 60석을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26일 이탈리아 로마의 한 개표소에서 제9회 유럽의회 선거 개표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한편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그룹이 179석을 얻고,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S&D) 그룹은 152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일 정치 그룹으로는 종전의 제1당, 제2당을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기는 하나, 지난 수십 년간 유럽의회를 지배해 온 EPP와 S&D의 의석수를 합쳐도 331석에 불과해 과반체제(376석)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의 통합 강화를 주장하는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DLE) 그룹은 현재(68석)보다 37석이 많은 105석을 차지하며 제3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EPP와 S&D가 유럽의회는 물론 EU 정치권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같은 반(反)EU 정치세력의 도전을 막아내기 위해선 ADLE 그룹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 계열도 이번 선거에서 69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의석수(52석)보다 17석 많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포함된 ADLE 그룹과 녹색당 그룹의 몸값과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PP와 S&D가 계속해서 유럽정치권의 주도세력으로 남으려면 ALDE나 녹색당 계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9회 유럽의회 선거가 종료된 26일 이번 선거 투표율이 20년만에 50%를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 건물 계단 앞에서 시민들이 이를 축하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그러나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 임하면서 3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 '삼국시대'를 끝내고 하나의 정치그룹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들의 예상 의석수를 합치면 총 172석이다. 즉 이탈 세력 없이 단일 대오를 형성해 유럽의회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중도 우파 성향인 유럽국민당(EPP, 179석)에 이어 제2의 정치 세력으로 껑충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제9대 유럽의회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의 세력이 확대될 경우 EU의 정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뒤따를 것은 분명하다. 대표적인 예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유럽으로 난민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유럽의회에서 의회의 권한을 총동원해 EU 난민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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