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무능한 정치와 무비판 SNS가 포퓰리즘 키우는 위험 요소”

알림

“무능한 정치와 무비판 SNS가 포퓰리즘 키우는 위험 요소”

입력
2019.05.26 18:40
수정
2019.05.26 19:25
10면
0 0

좌파 학술행사 맑스코뮤날레 “진보가 태극기부대 불만 방치”

지난해 6월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자유민주주의수호 국민대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참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6월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자유민주주의수호 국민대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참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태극기부대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불만과 고통을 왜 진보 세력은 방치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극단주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는 데 대해 진보 진영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최대 진보 좌파 학술문화행사인 맑스코뮤날레(24일~26일)에서다. 올해 9회째를 맞은 행사에선 기본 테마였던 여성ㆍ환경ㆍ노동 운동 이외에도 한국 사회의 포퓰리즘이 특별세션으로 다뤄졌다.

지난 24일 발표에 나선 연구자들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 위기에서 한국 사회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한국의 포퓰리즘은 상대 진영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 동성애 여성 등 약자에 대한 혐오 표출로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부교수는 한국 사회의 포퓰리즘이 발현하게 된 원인으로 ‘기성 정치권의 무능’을 꼽았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정치도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하면서 공적 기능을 상실했고,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극단주의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능력을 잃고 사회에서 밀려난 노인들이 태극기부대의 주축을 이루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 교수는 발제문 ‘막다른 길의 포퓰리즘, 하지만 새로운 사회적 투쟁의 출발점’에서 “신자유주의가 40년 동안 지속되면서 좌파와 우파를 넘어 모든 정치세력이 대중영합주의에 빠졌다”며 “토목사업과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 공약만 남발되고 복지 확대 등 기본권에 대한 논의는 밀리며 시민들의 생존투쟁은 더욱 심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역대 진보 정권들이 신자유주의 광풍을 막아내지 못하며 ‘진보는 무능하다’는 편견을 강화시켰다고 쓴 소리를 했다. 서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물결을 앞장서 수용했지만 빈부격차를 악화시켰고, 문재인 정부 역시 정권의 친 재벌적 성격은 보다 분명해지고 긴 안목의 경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백인노동자들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을 드러내는 영국의 백인노동자들은 좌파의 적이 아니다”며 태극기부대의 사회적 좌절감을 해소해주는 데 진보 진영이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엘리트 대의 정치에 환멸을 느낀 대중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진보 세력은 이들로부터 고립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무능한 정치보다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위험 요인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상민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은 ‘뉴미디어와 포퓰리즘’ 발제문에서 비판적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SNS의 단순한 사용 행태가 포퓰리즘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신봉하는 배경에는 객관적 사실 보다 개인의 감정이나 믿음에 더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SNS는 이 같은 정치적 선동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80자의 트위터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김 소장은 ▲개인 맞춤형으로 전달되는 정보 ▲짧고 간명한 내용 ▲’좋아요’ ‘리트윗’ ‘공유’ 등으로 손쉽게 전파할 수 있는 특징들을 ‘SNS의 단순화’ 현상의 예로 들었다. 그는 이어 “미디어 포퓰리즘은 댓글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스스로 대안적 팩트를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미디어 포퓰리즘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