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영국 보수당 당 대표로 유력시되는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발목이 잡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결국 다음달 7일 집권 보수당 대표를 사퇴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총리직을 겸임하게 될 차기 당대표 자리를 두고 잠룡들의 각축전이 시작됐다. 벌써 후보 7명이 출마 선언을 하고 나섰다. 강경 브렉시트 주의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의 우위가 예상되지만, 당내 중도파 일부가 거부감을 갖고 있어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차기 보수당 대표 1순위로 꼽히는 존슨 전 장관은 자타공인 대표적 브렉시트 강경파다. 그동안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판해 오면서 유럽연합(EU)과의 재협상을 주장해 왔다. 탈퇴 시한인 10월 3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 딜’ 브렉시트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제1 야당인 노동당과 반(反)유럽주의 정치인 나이절 페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에 맞서기 위해서 존슨 전 장관이 보수당의 가장 좋은 카드라는 의견이 대다수의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되지만 반대 세력도 만만치 않다. 보수당 일각에서는 ‘존슨을 멈추게 하라’는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 때문일까. 존슨 전 장관과의 대결을 선언하는 인물이 잇따르고 있다. 포문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이 열었다. 존슨 전 장관이 메이 총리 사임 발표 직후 ‘노 딜’ 브렉시트도 상관 없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스튜어트 장관은 “2주 전 존슨 전 장관은 ‘노 딜’ 브렉시트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급작스러운 입장 변화를 비판했다. 또 “노 딜 브렉시트는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이며, 그러한 정책을 이끄는 정부에서는 일하지 않겠다”고 공격했다.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도 같은 날 “브렉시트는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며 “노 딜 브렉시트는 우리 경제와 안보에 매우 큰 해가 될 것”이라고 존슨 전 장관을 겨냥했다.

반면 앰버 러드 고용연금부 장관은 존슨 전 장관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보수당 내 중도주의자로 꼽히는 러드 장관은 당 대표 출마설을 부인하면서 “보수당은 브렉시트에 대해 열정적인 사람을 원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러드 장관은 조만간 존슨 전 장관의 선거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게 영국 언론의 분석이다.

이처럼 보수당 내부의 풀뿌리 정서가 브렉시트 지지로 쏠린 만큼 차기 당대표가 브렉시트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6일 영국 BBC 방송은 온라인 베팅 사이트 페디 파워를 인용, 존슨 전 장관의 당대표 확률이 50% 수준이며 도미니크 랍 전 장관은 16% 정도라고 예상했다. 또 보수당이 총리를 당원 선거로 선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보수당은 오는 6월 10일부터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에 돌입할 예정이며 6월 말까지 최종 후보를 두 명으로 압축, 전국 보수당원 우편투표로 당선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7월 말까지 보수당의 새 당대표이자 신임 총리가 선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보수당의 정치일정에 상관 없이 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차기 총리로 누가 지명되든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존 맥도넬 노동당 그림자내각 재무장관은 25일 BBC 라디오 방송에 출연 “(노 딜 브렉시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하원 의원 다수가 총선을 포함한 일종의 국민투표 시행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 사퇴에도 불구, 브렉시트 운명은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된 셈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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