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아-양지희 코치 “선수들과 밀당하며 소통 배우죠”
#너 이리 와, 거기 안 서?” 부산 BNK 썸 여자농구 팀의 양지희(35) 코치는 씩씩거렸다. 제자 안혜지(22)가 훈련 시간에 얘기를 나누던 도중 마시던 음료수를 자신에게 뿜고 도망가자 현역 시절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 붙잡아 응징을 했다.
#아, 코치님 때문에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할 때가 많아요” 최윤아(34) BNK 수석코치는 선수들 대화에 ‘아재 개그’로 끼어보려다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최 코치는 “또래끼리 나누면 재미 있는 말을 얘들이 못 받아들인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앞선 두 사례는 부산 지역 최초로 탄생한 여자프로농구단 BNK 숙소와 훈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OK저축은행을 올해 인수한 BNK는 유영주(48) 감독과 최윤아, 양지희 코치 체제로 사상 첫 전원 여성코칭스태프를 꾸렸다. 선수단은 안혜지, 진안(23), 이소희(19), 구슬(25), 김소담(26) 등 20대 초중반이 주축인 젊은 팀이다. 팀 분위기는 활기가 넘쳤고, 유 감독은 최 코치와 양 코치에게 소통을 강조했다.
두 코치는 화려했던 과거 명성을 지웠다. 최 코치는 ‘레알 신한’으로 불리는 신한은행에서 통합 6연패, 양 코치는 ‘우리 왕조’를 세운 우리은행에서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경험하고 나란히 2016~17시즌을 마친 뒤 은퇴했다. 최 코치는 은퇴 후 바로 신한은행에서 코치를 시작했고, 양 코치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다음 이번에 지도자로 첫 발을 뗐다.
부산금정체육관 연습장에서 만난 최 코치와 양 코치는 “부산 생활을 한 지 한달 됐는데, 선수들과 잘 즐기고 있다”며 “특별한 취미는 없지만 얘들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미국 유학 중 현지 농구 클럽의 중학생들을 잠시 가르치기도 했던 양 코치는 “클럽의 디렉터가 ‘한국 사람들은 엄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해줬다”며 “그 이후 바라본 아이들의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뭐 하나를 배우더라도 코치를 절대 신임하고 따르는 눈빛이었다”고 떠올렸다.
현역 시절 수많은 우승으로 ‘왕조 DNA’를 가진 둘은 선수들에게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주지 않기로 했다. 프로라면 물론 좋은 팀 성적이 우선이지만 선수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 코치는 “해체 후 창단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쳐 선수들이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 좋은 환경을 만났으니 본인들이 갖고 있었던 걸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 훗날 선수들에게 ‘좋은 지도자를 만났다’가 아니라 ‘인생의 좋은 파트너가 됐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양 코치는 “우리 팀의 자랑은 젊음”이라며 “시원한 농구를 하고, 팬들과 소통도 많이 해서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BNK 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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