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이강인 기량 돋보였지만 패스 집중도 너무 높고 수비 부담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막내 이강인(18ㆍ발렌시아)이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축구연맹(FIFA) 대회인 U-20월드컵에서 무난한 데뷔전을 펼쳤다. 대체로 자신보다 두 살 많은 형들 틈바구니에서 걸출한 기량을 뽐낸 그는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상대로 공수를 넘나들며 맹활약했지만, 팀이 패하며 빛 바랬다.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은 첫 경기를 통해 ‘이강인 의존증’ 해소에 대한 과제를 얻었다.
한국 U-20 축구대표팀이 25일(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에 0-1로 패했다. 조 3위에도 16강 진출 기회가 열려있는 만큼 남은 남아프리카공화국(29일), 아르헨티나(6월 1일)전에서 최소 1승을 거둬야 하는데, 수비 집중력을 높이고 팀 전력의 밸런스를 찾아야만 내다볼 수 있는 성과란 평가다.
이날 한국은 초반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전반 7분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수비라인이 한 번에 무너지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의 후계자’로 꼽히는 트린캉(20ㆍ브라가)에 선제골을 내준 뒤 만회 골을 넣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날 한국은 전ㆍ후반을 통틀어 9개의 슈팅을 시도했는데, 유효슈팅은 후반 11분 이강인의 슛이 유일했다. 이강인은 이날 안정적인 골 키핑과 넓은 시야, 순도 높은 패스를 보이며 팀 내에서 ‘축구 잘하는 막내 형’으로 불리는 이유를 몸소 설명했다.
우승후보를 상대한 것 치곤 이날 결과도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최소 1승을 거둬야 16강을 내다볼 수 있는 한국으로선 이강인에 집중된 패스플레이를 분산해야 하는 과제가 분명해졌다.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강인에겐 수비에 집중할 땐 수비에 적극 가담하기도 했고, 공격 재개 땐 프리킥 등을 도맡아 하는 등 많은 짐이 주어졌다. 연계 플레이 또한 매끄럽지 못해 이강인이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공격 기회를 잃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정용 감독도 경기를 마친 뒤 ‘원맨 팀’이 아닌 ‘원팀’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경기 후 “이강인에게 수비 부담이 있었다”면서 “2차전에서는 전술적으로 변화를 주면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나이 차이는 큰 의미 없다. 다음 경기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한국은 같은 조에서 아르헨티나에 2-5로 패한 남아공에 골 득실에서 앞서 조3위에 올랐다. 한국 대표팀은 29일 오전 3시 30분 티히에서 남아공과 조별리그 2차전을 펼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