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미국의 관세전쟁이 자국의 제조업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다.
26일 미국의 경제분야 비영리 민간연구조직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ㆍ유럽연합(EU)ㆍ캐나다ㆍ멕시코 등과 각각 상호 고율관세를 부과할 때 각국 제조업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상대국에 관계없이 미국의 제조업 고용은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미국이 상대국과 상호 30%, 45%, 60%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상황을 가정해 관세전쟁이 각국 제조업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ㆍEU와 관세전쟁을 벌이는 경우 미국의 제조업 고용이 상대국보다 더 크게 줄었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30% 관세율을 적용할 때 미국 제조업 고용은 2.64% 감소한 데 반해 중국은 0.55% 줄었다. 관세율이 45%, 60%로 상승하면 미국 제조업 고용은 각각 3.33%, 3.81% 줄지만, 중국은 0.70%, 0.8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연구진이 수입관세 외에 운송 비용, 언어 장벽, 제도적 장벽 등 비관세 무역 비용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상호 관세 부과 시 미국 제조업 고용 감소 비율이 중국보다 높았다. 이 경우 30% 관세율 때 미국 제조업 고용은 4.24%, 중국은 1.01% 감소했다.
EU와의 관세전쟁은 중국보다 미국 제조업 고용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 30%, 45%, 60% 관세 부과 시 미국 제조업 고용은 각각 3.65%, 3.28%, 5.78% 줄었다. 반면 같은 경우 EU 제조업 고용은 1.08%, 1.56%, 1.73% 각각 감소했다.
이에 비해 캐나다ㆍ멕시코와의 관계에서는 상대국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이 캐나다와 상호 30% 관세를 주고받는 경우 제조업 고용 감소율은 미국(3.03%)보다 캐나다(23.07%)가 7배 넘게 높았다. 멕시코의 경우도 관세전쟁 시 미국 제조업 고용은 2∼3% 감소한 데 반해 멕시코는 13∼22% 줄었다.
연구진은 “보호무역주의가 직관적으로는 관세를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고용을 늘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면서 “외국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가 국내상품 수요 증가로 연결되거나 제조업 부문 소비가 서비스 부문으로 얼마나 이전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상대국의 보복관세가 미국이 부과한 고율관세의 효과를 줄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어 “무역보호조치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고율관세가 상품과 서비스의 이동을 방해하고 상대국의 특화된 산업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해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야기한다는 점, 고율 관세로 인해 상승한 가격은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제조업 고용을 지키려는 미국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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