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증거인멸 공범 여부 다툴 여지 있다" 영장 기각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관련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삼성전자 부사장 두 명을 구속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검찰 수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누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같은 혐의를 받은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에 대한 영장은 기각돼 검찰의 추가 수사가 필요할 전망이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팀(TF) 부사장, 같은 회사 박모 인사팀 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고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김 대표에 대해선 "지난 해 5월5일 (증거인멸 관련 의심) 회의의 소집 및 참석 경위, 회의진행 경과, 그 후 이루어진 증거인멸 내지 은닉행위의 진행과정, 그의 직책 등에 비춰 보면 그가 본건 증거인멸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있다"며 "김 전 대표의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구속된 김 전 부사장 등은 검찰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와 삼성 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은폐ㆍ조작하는 과정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삼성 측 임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도 의심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들이 지난 9일 직속 부하인 백모 사업지원 TF 상무와 서모 보안선진화 TF 상무를 불러 "검찰에 출석하면 '삼성전자의 지시가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의 부탁으로 증거인멸을 결정했다'고 진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
김 부사장 등의 신병을 성공적으로 확보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실제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물증도 상당수 확보했다. 삼성 측이 2017년 '오로라 프로젝트'로 불리는 지분매입 TF를 운영하며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배력 유지 방안을 논의했던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특히 오로라 프로젝트를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였던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 진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의 오른팔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정현호 사장도 금명간 소환, 수사 압박 강도를 더 높여갈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며 “김 대표에 대한 기각 사유를 분석해 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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