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초청… “‘존윅3’ 출연 대신 ‘악인전’ 택한 결과”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악인전’의 배우 김무열(왼쪽부터) 마동석, 김성규, 이원태 감독이 23일(현지시간) 포토콜 행사에 참석해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칸=EPA연합뉴스

배우 마동석을 하마터면 영화 ‘악인전’에서 못 볼 뻔했다. 할리우드에서 뿌리치기 힘든 러브콜이 그에게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의리파 마동석은 고민하지 않았다. ‘악인전’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렇게 포기한 할리우드 영화는 키아누 리브스와 할 베리가 주연한 ‘존윅3’다.

뜻밖에도 전화위복이 됐다. ‘존윅3’ 대신 선택한 ‘악인전’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초청장을 받았다. ‘악인전’은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22일(현지시간) 공식 상영돼 호평받았다. 마동석을 비롯해 김무열과 김성규, 이원태 감독은 검은 턱시도 차림으로 위풍당당하게 뤼미에르 극장 레드카펫을 걸었다. 조폭 보스(마동석)와 열혈 형사(김무열)가 힘 합쳐 연쇄 살인마(김성규)를 뒤쫓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호쾌한 액션에 관객들이 환호했다. ‘악인전’은 칸영화제 초청을 계기로 174개국에 판매됐다.

23일 오후 칸에서 마주한 마동석은 “즐겁고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영화제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막상 와 보니 무척 좋다”고 웃음 지었다. 칸영화제는 전 세계 어느 영화제보다 영화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고 창작자들을 예우하는 곳이다. 마동석은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환대받았다”며 “그동안 나를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당겨준 분들을 대신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당당하려 했는데 레드카펫을 걸으며 조금 움찔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마동석을 전 세계에 알린 건 ‘부산행’이 결정적이었다. ‘부산행’은 2016년 ‘악인전’과 같은 부문에 초청돼 엄청난 화제몰이를 했다. 그 중심엔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은 마동석이 있었다. 당시 마동석은 촬영 일정 때문에 칸에 오지 못했지만, 그 이듬해부터 마동석은 칸영화제 필름마켓에 참가하는 한국 영화사들의 얼굴 역할을 했다. 마동석 이름만 들어가도 해외 영화인들이 앞다퉈 판권을 문의했다.

마동석도 ‘부산행’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부산행’이 온라인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파급력은 더 커졌다. 미국 대도시부터 필리핀의 어느 작은 섬에 이르기까지 마동석의 얼굴을 알렸다. 마동석은 “외국에 나가면 현지 사람들이 나를 가리키며 ‘부산 가는 기차’라고 얘기한다”며 “그래서 ‘악인전’이 칸에서 상영된다는 사실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악인전’ 팀이 22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에 앞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제공

‘악인전’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 ‘록키’와 ‘람보’의 액션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끄는 발보아 픽쳐스와 ‘악인전’ 한국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가 손을 맞잡았다. 마동석은 스탤론과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원작 영화에서와 똑같은 캐릭터를 맡아 연기도 한다. 마침 스탤론도 ‘람보5’ 홍보를 위해 24일 칸영화제를 찾는다. 두 사람의 깜짝 만남도 기대됐으나 ‘악인전’ 팀이 24일 출국해 만남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마동석은 “스탤론 형님은 나중에도 수없이 많이 뵙게 될 테니 괜찮다”고 했다.

칸영화제는 ‘악인전’ 팀에 강렬한 자극이 됐다. 김무열은 “내가 참여한 영화인데 나보다 더 존중해 주는 곳이 칸영화제인 듯하다”며 “앞으로 연기를 하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성규는 “칸에서 만난 영화 관계자들이 살인마 눈빛이 무서웠다고 하는 얘기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며 “이번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앞으로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TV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로 연출력을 다지고 영화 ‘대장 김창수’를 거쳐 두 번째 영화 ‘악인전으로 칸영화제에 오게 된 이원태 감독은 “영화를 꿈 꿔 온 시간들이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며 “칸영화제가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마동석은 ‘기생충’으로 경쟁부문에서 호평받은 봉준호 감독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보태며 짧지만 강렬했던 칸영화제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칸=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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