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버지의 시신을 5개월 여 동안 집안 화장실에 방치한 20대 A(26)씨가 결국 구속됐다.
“말다툼을 하다 때리긴 했지만,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그에게 경찰은 지난 23일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수원지법 박정제 영장전담판사는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를 구속한 뒤에도 이렇다 할 범행 동기나 시신 유기 등의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말그대로 ‘오리무중’이다.
그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데다 아무리 아버지라지만 시신을 한 집안에 5개월 동안 방치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사람이 죽어 있다” 이상한 신고
A씨는 지난 21일 오후 7시 5분쯤 “집에 사람이 죽어있다. (누가 죽었나?) 아버지가 누워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일반적으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신고하는 게 맞는데도 그는 굉장히 태연했다고 한다. 신고도 본인 의지가 아닌 작은아버지의 강요로 했다고 한다.
부자가 사는 집의 명의는 작은아버지로 돼 있다. 건물관리인이 작은아버지에게 전화해 “집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니 문을 열어달라”고 해 함께 집에 들어가 보니 B씨가 숨져 있었던 것이다. 작은아버지가 집안에 들어갔을 때도 A씨는 집안에 있었던 것이다.
만약 건물관리인과 작은아버지가 아니었다면 A씨는 신고할 의사가 없었다는 얘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수원시 권선구 A씨 자택 화장실에서 A씨의 아버지 B(53)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별다른 외상이 없었지만 갈비뼈가 부러지고 이미 많이 부패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A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술을 마시다가 아버지와 말다툼을 중 아버지의 얼굴을 주먹으로 몇 차례 때렸다”며 “아버지가 피를 닦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의식이 없이 쓰러져 있었다”는 진술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인공호흡을 실시했지만 깨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5개월 동안 방치한 이유에 대해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공호흡을 할 정도로 아버지를 살리려 했다면 곧바로 119나 112에 신고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시신 두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
무섭다던 그는 5개월여 동안 평소처럼 행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안에 화장실이 2개여서 아버지의 시신이 없는 화장실을 사용했다. 아버지가 숨진 뒤에도 평소처럼 작은아버지가 보내준 용돈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작은아버지는 경찰조사에서 “평소 형님으로부터 (술 값 좀 보내주라는) 연락이 와야 하는데 오지 않자 돈 보내는 것을 중단했다”고 한다.
실제 작은아버지는 올 3월부터 용돈을 중단했다. 별다른 직업이 없던 A씨는 작은아버지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일용직과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자신의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 왔던 것이다. 아버지의 시신이 있는 집안에서 라면도 끓여먹기까지 했다고 한다. A씨에게는 별다른 정신 병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아버지여도 시신을 두고 라면을 끓여먹는 등 혼자 생활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도 “정신병력도 없는데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고, 좀 더 조사를 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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