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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타살” 애통함보다 결연함 돋보인 노무현 10주기

입력
2019.05.25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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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

우리 정치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올해로 10년을 맞고 있다. 탈권위주의와 국민 참여정치, 남북관계의 전향적인 발전 등 ‘정치인 노무현’의 공과는 진영 논리에 따라 시각이 판이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역주의 타파에 정치인생을 걸었던 노 전 대통령,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떠오르게 한 ‘바보 노무현’의 무모한 도전을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있다. 노무현 10주기를 맞은 정치권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50여 점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5월 보수공사가 한창인 경복궁 건청궁을 방문, 주변을 살피는 모습. 사진가 장철영 제공=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50여 점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5월 보수공사가 한창인 경복궁 건청궁을 방문, 주변을 살피는 모습. 사진가 장철영 제공=연합뉴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올해 서거 10주기인데 지난해나 과거와 다른 점이 있나요. 여당 분위기나, 추도식 현장분위기는 어땠나요.

폴리페리아=이번 추도식은 애통함보다는 결연함이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슬픔과 분노보다 “정치를 좀 바꿔보자”는 희망과 변화를 얘기한 것인데요. 지지세력이 야당이 아니라 집권여당이 된 만큼 일종의 책임감, 목적의식을 새로 가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추도식엔 때이른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렸는데요. 지팡이를 짚은 노인,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들까지 각양각색이었죠. 생을 짧게 마감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부채의식, 안타까움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만명의 추도객이 몰리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행사장 2㎞ 밖 도로에 내려 걸어 와야 했고요.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민주진영의 한과 애통함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한 듯 합니다. 여권에선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정치적 타살’로 인식해 왔죠. 이명박 정권의 ‘노무현 죽이기’와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빚은 비극이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고요. 다만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기류가 바뀌는 지점도 있습니다. 올해 추도식의 슬로건은 ‘새로운 노무현’이었죠. 노무현의 꿈이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다는 자각,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한 개혁과제들 앞에서 노무현 정신을 해법의 하나로 성찰하자는 거죠.

불나방=노무현 시대의 주역들이 지금은 잘 안보입니다. 안희정, 이광재씨가 정계를 사실상 떠난 상태죠. 친노 세대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나요.

[저작권 한국일보]노무현 시대의 주요 인물들과 현재 근황 /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노무현 시대의 주요 인물들과 현재 근황 / 김경진기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친노의 프랜차이즈 스타와도 같았던 ‘좌희정,우광재’가 현실 정치 밖으로 밀려나간 공백이 커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친노세력의 여권 내 입지는 여전히 탄탄한 편입니다. 민주당 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들인 ‘부엉이 모임’에서 활동하는 현역의원만 30여명이죠. 민정수석 출신의 전해철 의원을 구심점으로 황희, 전재수 의원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폴리페리아=문재인 청와대 자체가 참여정부 2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김수현 정책실장,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이 모두 친노 인사들입니다. 이해찬 대표, 유시민 이사장, 김경수 경남지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도 모두 노 대통령의 유산을 물려받은 정치인들이죠. 다만 문 대통령 집권을 전후해서는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친노가 ‘친노’와 ‘친문’으로 분화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노 좌장인 이해찬 대표는 김태년 후보를 밀었던 반면, ‘신친문’으로 불리는 전해철을 좌장으로 한 부엉이모임은 이인영 현 원내대표를 밀었다는 관측이 나오죠.

불나방=그럼 친노와 친문은 정치이념에선 어떤 점이 차이가 있나요.

당나귀=정치이념이나 정책노선으로서 경계는 모호한 편입니다. 오히려 세대적 구분이 더 나아 보입니다. 친노는 이해찬 대표가 좌장이라면, 친문은 확실한 좌장은 없지만 뒷세대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이 주도하는 모양새입니다.

[저작권 한국일보]노무현 전 대통령 주요 어록 /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노무현 전 대통령 주요 어록 / 김경진기자

세계적인 화가=과거 친노 인사들은 상당히 아마추어적이고 경력이 일천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 것이지만, 나쁘게 평가하면 국정을 운영하기에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친노 내부에서 갈등도 자주 표출됐습니다. 현재의 친문 인사들은 과거 친노 인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상당수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 눈을 떠 좀더 실용적인 면모를 갖췄습니다. 실패를 경험했기에 이번엔 성공해야겠다는 절박함이 강하고 정책적인 능력도 상당히 배가됐습니다.

탐구생활=현 여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 토대 속에 동교동계는 떠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인사들, 여기에 김근태 전 고문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계 인사들이 핵심이 된 상황입니다. 때문에 친노, 친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요. 친문은 문지기 그룹을 들 수 있고 좌장격인 노영민 비서실장을 포함해 다수가 청와대에 포진해 있다고 할 수 있죠.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노무현재단 제공=연합뉴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노무현재단 제공=연합뉴스

불나방=제1야당 대표는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고 현정권 규탄 민생투어를 계속했죠. 한국당 분위기는 어떤가요. 나경원 원내대표는 참여정부의 유연성을 배우라고 했는데요.

당나귀=한국당이 ‘좌파독재’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차기 총선과 대선을 내다본 장기적 포석으로 보입니다. 심판론을 만들겠다는 심산이겠죠. 문제는 좌파독재 프레임을 계속 강화해 가다보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 또한 커진다는 겁니다. 당장 ‘독재자의 후예’라는 문 대통령의 반격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죠.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를 독재로 규정한다면 정국을 정상화할 명분도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타도 대상과 협치를 논의할 순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는 구태세력이란 비난을 받게 마련입니다.

꺼진불도 다시보자(꺼진불도)=지난 3월 취임인사차 봉하마을을 방문해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황교안 대표 입장에선 민생투쟁 대장정 와중에 추도식까지 참석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 같아요. 정부 공식행사도 아닌데다 환영을 받는 자리도 아니니까요. 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문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분위기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이라크 파병 등 재임시절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추진했던 정책을 거론하며 “참여정부를 배우라”는 거지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최근 국가공식행사인 5ㆍ18기념식 참석차 광주에 갔다가 “독재자의 후예” 공격도 받고 영부인에게 ‘악수 패싱’도 당한 황 대표가 민주당 인사들이 총집결한 봉하에 직접 갈 필요는 없지요.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만 높으니까요. 한국당은 10주기를 맞아 결집하는 여권 지지층이 꽤나 신경쓰였을 거예요. 나 원내대표가 “참여정부의 정책적 유연성을 배우라”고 말한 것은 ‘국회복귀 명분’도 안 주고 대야 강경노선만을 고집하는 정부여당에 대한 성토인 셈이었죠.

불나방=과거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보수정당 인사들의 참석률은 어땠나요.

꺼진불도=2015년(6주기)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물세례를 받고 건호씨(노 전 대통령 장남)가 추도사에서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놓고 반성도 안 했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분위기는 험악했어요. 지난해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가 보낸 조화를 지지자들이 내동댕이치는 일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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