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5년 노인 인구 1,000만 시대” 

지난 3월 통계청이 2021년 공표 예정이던 장래인구추계를 2년 앞당겨 발표했다. 5년 주기로 발표하는 추계를 앞당겨 발표한 것은 그 만큼 한국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반증한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67년 46.5%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7% 이상일 경우 고령화 사회, 14% 이상일 경우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2000년 노인인구 비율 7.3%로 고령화 사회 진입 후 2017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4.2%를 기록하며 17년 만에 고령사회로 들어선 것이다. 일본이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걸린 시간 24년(1970~94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불과 6년 후인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런 속도라면 국가는 물론 개인 차원에서 노후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한국리서치는 5월 3~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속의 여론’ 웹조사를 실시, 국민들의 노후준비 인식과 준비에 대해 알아 보았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60+ 시니어일자리한마당’에서 시니어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후 준비, 30대 이전 시작해야” 과반 

급속한 초고령 사회 진입은 노후대비의 필요성을 확대하고 있다. 노년 삶을 위해 국민 대부분(98%)은 노후준비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적절한 노후준비 시점에 대해서는 30대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응답이 42%, 40대 33%, 50대 15% 순으로 나타났다. 20대부터라는 응답도 8%로, 이를 30대와 합치면 청년기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에 달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후준비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자신의 노후준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지 물어본 결과 7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노후 대책 정부 및 사회단체 책임은 12% 

노후 준비는 물질적 측면 외에도 건강 관리, 사회활동, 여가생활 등 신체적, 정신적인 분야도 포함된 복합적인 개념이다. 노후 준비를 총점 100점으로 가정 할 때 4개 분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묻자 ‘노후의 경제적 여유’(40점) ‘노후의 건강 관리(33점)’가 높았다. ‘노후의 여가생활(14점)’과 ‘노후의 사회활동(12점)’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게 평가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노후대비의 책임을 스스로 책임질 자구(self-help)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압도적이다. 노후 준비를 주로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86%가 ‘본인 스스로’라고 응답했고, 정부 및 사회단체의 책임은 12%, 자녀 등 가족의 책임은 1%에 그쳤다.

 ◇소득계층별 노후대비 양극화 

실제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비율은 4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특히 소득계층별 양극화 현상이 눈에 띈다. 월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 층에서 노후대비 응답이 36%에 그쳤지만, 500만원 이상 층에서는 50% 중반대로 늘어난다. 세대별로는 20대에서 노후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27%에 불과했지만 30대에서 43%, 40대에서 48%로 급증하고, 50대 이상에서는 과반을 넘어선다. 실제로 30대부터 노후 준비가 시작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노후 준비를 못하는 이유로는 ‘노후를 준비할 능력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노후준비를 하고 있거나 수혜를 받고 있어도 충분한 대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후대비를 하고 있거나 이미 수혜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507명 가운데 ‘동일 연령대의 타인과 비교했을 때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41%로 상대적 불안감도 컸다.

 ◇노후 최소 생활비 “월 215만원” 

노후에 최소한의 생활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월 215만원으로 조사됐다. 노후대비 중이거나 이미 수혜를 받는 507명의 노후준비 수단을 물어본 결과 ‘국민연금’이 71%로 가장 많았다. 예금ㆍ적금(59%), 사적 연금(42%), 부동산(30%)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수급자의 현재 월평균 급여액이 40만4,019원으로,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노후생활 유지를 위한 월 최소 생활비(215만원)와는 거리가 크다.

응답자들은 노후를 준비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으로 ‘소득 불안정’(62%)을 많이 꼽았다. 40대에서 이 같은 응답이 70%로 가장 높았다. 고정된 소득에 비해 주택, 의료, 자녀 교육 등 지출 비중이 늘어나게 되는 세대적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못 믿을 국민연금… 20대 85% “고갈될 것”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월평균 수령액(현행 소득대체율 40% 기준)이 생활비로 부족하다’는 의견은 90%에 달했다. ‘나의 노년기 때에 국민연금을 수령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 또한 ‘매우 그렇다’(19%), ‘그렇다’(37%)로 나타나, 절반 이상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불안감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높아 20대의 경우 85%가 국민연금을 수령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국민연금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청년층에서 불안감이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개선안 또한 수령 시작연령의 상향조정(32%)이나 소득대체율 하향조정(23%) 보다는 납부비율을 높여 수령금액을 유지하는 방안(45%)을 많은 이들이 원했다. 특히 청년층에서 수령액과 수령 가능성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이 높았다. 납부액을 줄여 ‘용돈연금’을 받거나 더 늦게 받게 되는 것 보다는 납부비율을 높여 적절한 수령액을 받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67.6세까지 경제활동 하고 싶지만… 

국민연금, 저축 외의 노후대비가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인 노후대비는 결국 경제활동에서 찾는 경향이 강하다. 향후 활성화가 필요한 노후준비 정책으로는 ‘은퇴 이후 일자리 확충’(45%), ‘공적연금 강화’(35%), ‘상담 및 교육서비스 제공’(12%), ‘사적연금’(6%)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 연령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응답자들은 67.6세까지 경제활동을 하고 싶으나, 실제로는 평균 64.8세까지만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희망 경제활동 연령은 은퇴 연령대인 60대 이상에서 70세를 넘어섰다. 반면 20~50대의 희망 경제활동 연령은 평균 65~66세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20대는 59.3세에 은퇴할 것으로 응답해 젊은 층일수록 강제은퇴 우려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국민들은 노후준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반면, 실제 준비는 부족하기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노후준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경우 다른 서구국가들과 달리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그러나 노후 대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삶의 질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조기에 노후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은 ‘조로사회(早老社會)’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경제적 노후대비에 집중하면서 사회적, 정서적 차원의 노후 대비에 둔감한 것도 향후 부담요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

이동휘 한국리서치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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