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 ‘노란선’ 흡연구역 이어 간접흡연 예방책… 이용객들 “2등 시민 된 것 같아” 불만
싱가포르에서 끽연자들의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흡연에 대한 강력 규제책으로 유명한 싱가포르가 보행자들을 간접흡연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거리에 ‘흡연오두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24일 싱가포르 MS뉴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지하철 원-노스역 인근에 흡연부스 1대를 설치하고 21일부터 본격 운용에 들어갔다.
이동식 화장실 모양의 흡연부스는 덴마크산 공기 정화장치를 갖추고 흡연자들이 내뿜는 연기를 정화해 바깥으로 내보낸다. 싱가포르는 연말까치 59대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매체는 “보행자들의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흡연자들이 ‘안전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며 “완전금연 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는 오차드거리에 설치되면 각종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중심가인 오차드거리에서는 노란 선으로 표시된 흡연구역 내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으며, 노란선 밖 근처 또는 선을 한 발로 물고 피는 흡연자들과 단속관들 사이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매체는 또 이 흡연부스가 에어컨을 갖춰 실내 온도 24~27도를 유지한다는 점을 들어 “덥고 습한, 악명 높은 싱가포르 날씨에서 해방돼 담배를 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폐쇄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큰 창문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용객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전자상거래 업체를 운영하는 아스파 사인은 “거기서 담배를 피우는 동안 2등 시민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또 회사원 라마 다스는 “가끔 신선한 공기도 좀 마셔야 하니 밖에서 흡연하는 걸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1970년대에 세계 최초로 흡연 규제법을 통과시켜 쇼핑몰 입구나 버스 환승장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해오고 있다. 위반 시 최대 1,000싱가포르달러(약 86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특히 지난해 2월부터 전자담배와 물담배, 씹는 담배 등 담배 유사제품을 구매하거나 소지, 사용하는 행위를 전면 금하는 등 금연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담배 유사 제품을 소지하다 적발되면 최고 2,000싱가포르달러(약 172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현재 18세 이상인 흡연 가능 연령을 2021년까지 21세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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