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보수당 의원들이 테리사 메이 총리가 사퇴 일정을 밝히지 않으면 조기 불신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메이 총리는 일단 내각 각료들과 유럽연합(EU) 탈퇴협정 법안 수정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4일로 예정됐던 법안 공개는 내달 초로 늦춰질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공영 BBC방송 등에 따르면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은 “오는 24일 메이 총리와의 만남에서 총리가 사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메이 총리가 당장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래디 의장은 특히 “메이 총리가 사퇴일자를 밝히지 않는다면 보수당 당규를 개정해 불신임 투표를 조기 개최하는 방안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메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보수당 대표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년 내에는 다시 신임투표를 열 수 없지만, 일부 의원들은 당 규정을 변경해 다음달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922 위원회는 지난 22일 당 규정 변경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메이 총리는 사퇴를 늦추기 위해 이날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등 각료들과 만나 EU 탈퇴협정 법안의 수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는 법안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추가 논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메이 총리가 24일 사퇴 여부를 발표할지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메이 총리는 지난 21일 EU 탈퇴협정 법안의 뼈대를 공개하면서 하원이 원한다면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개최, EU 관세동맹 잔류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여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야당이 요구해온 제2 국민투표 개최 가능성 등에 극렬히 반대하면서 메이 총리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여당 내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당초 24일 예정됐던 EU 탈퇴협정 법안 공개를 6월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달 7일 열릴 예정이던 EU 탈퇴협정 법안 관련 표결 역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메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6월 3∼5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헌트 외무장관은 그러나 메이 총리가 사퇴를 발표하더라도 여전히 총리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사퇴하더라도 새 당대표가 선출될 7월 말까지는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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