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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역 먼지더미에서 뒹굴다 직원으로 채용(?)된 ‘꼬질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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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역 먼지더미에서 뒹굴다 직원으로 채용(?)된 ‘꼬질냥이’

입력
2019.05.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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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질꼬질'한 이 고양이가 철도역 직원으로 발탁된 사연은?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꼬질꼬질'한 이 고양이가 철도역 직원으로 발탁된 사연은?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Daily Mail)'은 엔진룸 구석에서 지내던 한 고양이가 미국 네바다 주 북부 철도역(Nevada Northern Railway)이자 역사 박물관인 이곳의 비공식적 직원으로 발탁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부드러운 털빛은커녕 온 몸에 ‘검댕이’를 묻히고 다닌다는 이 고양이는 어쩌다 철도역의 마스코트로 취직하게 된 걸까요?

오늘은 이 미스터리한 ‘꼬질이 고양이’와 직원들의 특별한 만남을 자세히 전해드릴까 합니다.

“꼬질함이 내 매력이라옹!”

철도 직원들은 이 고양이를 ‘더트(dirt)’라고 부릅니다. ‘더트’는 영어로 ‘먼지’라는 뜻인데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엔진룸 먼지바닥에서 뒹굴기를 하도 좋아해 그렇게 이름을 지어줬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기관차 석탄 보관소 부근을 자신의 은신처로 삼아서 그런지, 항상 더트의 털은 꼬질꼬질한 회색빛을 띠고 있다고 하네요. 더트의 원래 털빛은 오렌지색과 흰색이 섞여있지만 말이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엔진룸 먼지바닥에서 뒹굴기라옹~'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엔진룸 먼지바닥에서 뒹굴기라옹~'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박물관 직원인 에릭 멘시스 씨는"더트는 다른 보통 고양이와 달리 그루밍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거뭇거뭇한 먼지를 잔뜩 묻힌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하는 것 같다"며 "먼지 덕분에 털에 벌레도 잘 달라붙지 않는 듯하다"고 더트를 소개했습니다.

이 고양이가 해당 철도역에 모습을 드러낸 건 약 11년 전이라고 하는데요. 철도 직원 에릭 맨시스(Eric Mencis) 씨에 의하면 고양이는 역사 내 엔진룸 구석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고양이 가족을 발견한 직원들이 매일 아침 그들을 돌봐줬지만, 며칠 후 엄마 고양이는 아기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낙오됐는데, 그 고양이가 바로 오늘날 철도역의 마스코트가 된 ‘더트’랍니다!

수줍었던 어린시절과 달리 '더트'는 이제 애교가 넘치는 고양이로 변신했다고 한다.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수줍었던 어린시절과 달리 '더트'는 이제 애교가 넘치는 고양이로 변신했다고 한다.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홀로 남겨진 더트는 거대한 1907년식 제설기계 아래에 숨어 잘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아기 고양이었을 당시 다트는 굉장히 수줍음이 많았다는데요. 맨시스 씨에 따르면,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는 이 고양이를 위해 직원들은 매일 저녁 참치캔을 기계 주변에 뒀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참치캔은 어김없이 항상 ‘텅텅’ 비어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의 직원 맨시스 씨는 “더트는 마치 이곳이 자기가 관리하는 곳인 듯 행동한다”면서, “기차를 점검하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냥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기계에 기름칠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나사나 볼트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있진 않은지 꼼꼼히 체크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고 해요. 어쩌면 다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품어준 철도역을, 그곳의 직원들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 구역 관리자다냥!' 일하는 '더트'의 모습.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내가 이 구역 관리자다냥!' 일하는 '더트'의 모습.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년 세계 각지에서 이 꼬질꼬질한 고양이 더트를 만나기 위해 3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꾸준히 철도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더트가 주로 지내는 ‘엔진룸’ 투어 코스가 가장 반응이 좋다고 하네요. 비록 털에 윤기가 흐르는 ‘예쁜 모습’의 고양이는 아니지만, 철도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 고양이는 누구보다도 역사 ‘홍보 직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지금은 “임시 직원” 신분인 더트이지만, 그 공로(?)를 인정받아 조만간 공식 마스코트로 정식 임명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더트가 앞으로도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철도 지킴이’로 오래도록 남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철도 박물관은 '더트'의 모습을 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철도 박물관은 '더트'의 모습을 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Nevada Northern Railway 페이스북 캡처.

서희준 동그람이 에디터 hzune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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