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 국경수비대원이 미국 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강에서 온두라스 출신의 7세 소년 불법 이민자를 구조한 후 동료 대원에게 인계하고 있다. 텍사스=로이터 연합뉴스
선은 장벽이 되고
프란시스코 칸투 지음ㆍ서경의 옮김
서울문화사 발행ㆍ328쪽ㆍ1만5,800원

미국 텍사스주는 원래 멕시코 영토였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곳이라 멕시코 정부는 무관심했다. 서부개척 시대 미국인들이 텍사스에 몰려들었고, 곧 멕시코인 수를 뛰어넘었다. 미국인들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였다. 알라모 전투 등을 거쳐 1836년 독립을 쟁취했다. 미국과 합병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텍사스공화국은 결국 미국에 편입됐고, 멕시코는 이를 문제 삼아 1846년 미국과 싸우게 됐다. 2년 가량의 전쟁 끝에 미국과 멕시코의 현재 국경 대부분이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장벽 설치 공약과 카라반 행렬로 최근 3년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국경은 그렇게 생겨났다.

미국 멕시코 국경은 영화나 문학의 소재로 자주 쓰였다.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차를 몰고 간단히 월경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마약 밀매를 위한 루트로 종종 묘사되기도 한다. 국경을 넘다가 목숨을 잃거나 멕시코로 다시 되돌려지는 사람들의 사연도 다뤄졌으나 우리에겐 조금 먼 이야기로 여겨지고는 했다. ‘선은 장벽이 되고’를 읽으면 미국 멕시코 국경이 품은 처참한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저자는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대학에서 국경지역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멕시코 국경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 국경 순찰대 대원이 됐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텍사스 사막 등지에서 근무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저자가 순찰대 대원으로 마주했던 현실이나 정보는 끔찍하다. 미국으로 밀입국하던 사내 넷은 이틀 내내 물과 음식도 없이 황무지를 헤맸다가 순찰대에 의해 구조된다. 나흘 동안 자기 소변을 마시며 버틴 사내도 있다. 목숨을 잃지 않은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죽음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마약업자들이 건넨 정체불명의 약을 먹고 갑자기 쓰러졌다가 횡사한 사람도 있다. 멕시코인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살기 위해서다.

멕시코의 국경 지역 도시에서 들리는 소식은 더 끔찍하다. 마약전쟁으로 사람의 목숨은 파리로 전락했다. 마약 조직은 자신들이 죽인 사람들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미국 국경 쪽에 큰 구덩이를 파서 시체 100구 가량을 약품과 함께 묻어버리기 일쑤다.

저자는 이론과 실제를 결합해 국경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순찰대 대원으로서의 생활은 환멸과 회의만 남겼다. 순찰대를 떠나 바리스타로 새 출발했다. 그러나 국경 지역의 비극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30년을 미국에서 살아온 지인이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멕시코를 찾았다가 미국 국경을 넘지 못해 아내와 세 아들을 평생 만나지 못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책은 촘촘한 묘사와 유려한 서술이 교차한다. 잘 쓰인 소설의 화법을 연상케 한다. 저자의 체험과 단상 사이에 역사와 현실과 관련한 짧은 사실이 인서트된다. 덕분에 개인의 이야기로 비칠 수도 있을 내용이 보편성을 얻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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