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1만여㎥ 물 주입 땐 지진 최고 규모 3.7로 한정 
 “지금까지의 경험 이론 잘못, 지진 위험관리 방법 바꿔야” 

2017년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의 지하 물 주입으로 촉발됐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가 미국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4일자에 정책논문으로 실렸다. 이 논문에서 연구단은 물 주입이 큰 지진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여겨 온 경험적 과학이론이 포항지진을 계기로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단장을 맡았던 이강근(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대한지질학회장은 “물 주입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를 한정했던 지금까지의 이론이 틀렸다는 게 포항지진으로 입증됐다”며 “잘못된 이론에 기초한 지진 위험관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4일자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의 정책 포럼 코너에 실린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논문 첫 페이지. 사이언스 제공

애초 과학계는 지열발전으로 지하 수㎞ 깊이에 주입한 물이 포항에서처럼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실제 물 주입량과 인근 지진 규모의 상관관계를 기록한 여러 통계자료에 근거한 예측이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총 1만2,800㎥의 물을 주입했다. 지금까지 통계에 따르면 물 주입량이 1만여㎥일 경우 발생 가능한 지진 규모는 최고 3.7이었다.

조사단은 이 경험적 이론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지열발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규모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은 물 주입량보다 지하의 응력 정도와 단층 상태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포항지진 이전 한반도 동남부에 지질구조적으로 응력이 쌓여왔고, 물 주입이 이런 상태의 단층에 영향을 줘 지금까지 지열발전으로 경험한 것보다 큰 지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물 주입 중단 후 두 달이 지나서야 포항지진이 일어난 걸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연구단은 논문에서 시간에 따른 지진 위험의 ‘진화’로 이를 설명했다. 땅 위에서 물 주입을 중단했더라도 땅 속에선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작용하기 때문에 위험도가 계속 변화한다는 것이다.

포항지진이 기존 과학이론을 새로 쓴 사례로 확인된 만큼 지진 위험관리 체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사단은 제안했다. 지열발전소에선 보통 ‘신호등 체계’로 지진 위험을 관리한다. 3~5가지 위험 단계를 각기 다른 색깔로 정하고 물 주입 후 나타나는 색깔에 따라 이후 작업을 결정한다. 빨간 불이면 주입을 멈추고, 초록 불이면 계속하는 식이다.

연구단은 이를 영향을 받는 쪽(단층)이 아닌 주는 쪽(지열발전 운영) 입장에 맞춘 관리 체계라고 지적했다. “미세한 지진의 규모에 따라 물 주입을 조절하거나 중단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열발전이 진행되는 내내 지하에서 시간에 따른 위험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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