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SK텔레콤 가입자들이 4월 5일(왼쪽 사진)과 5월 2일 각각 '벤치비' 앱으로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각각 619Mbps, 1,041Mbps(1.02Gbps)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휴대폰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각종 휴대폰 커뮤니티에는 5G 서비스에 가입한 이들의 ‘인증사진’이 쏟아졌다. 속도 측정 앱 ‘벤치비’로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찍은 사진에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는 불만의 글을 곁들여 올린 게시물이 대부분이었다.

5G의 대표적 특성 중 하나가 ‘초고속’이지만 여전히 5G 가입자들이 현실에서 괴리를 느끼는 이유는 ‘최고 속도’와 ‘체감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실제 길거리에서 이용하는 평균 속도인 체감 속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매년 연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하는 ‘통신서비스 품질평가’가 유일하다.

그런데 5G가 상용화된 지 한 달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과기부는 연말 품질평가에 5G 속도를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품질평가에서는 3Gㆍ와이파이ㆍLTE 평균 속도를 공개하는데, 여기에 5G를 추가하더라도 상당히 빠른 속도를 기록 중인 LTE와 최신 기술인 5G의 속도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LTE 속도가 세계적으로도 빠른 고품질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딜레마다. ‘세계 최초’ 5G의 속도가 ‘세계 최고’ LTE 속도에 묻힐 수 있는 것이다.

◇5G ‘체감 속도’ 내년 공개될 듯

과기부에서 품질평가를 주관하고 있는 통신서비스기반팀 관계자는 “올해 품질평가에 5G를 포함할지 여부를 아직 검토 중”이라며 “전국망이 완전하게 깔려 있는 LTE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구축 단계에 있는 5G의 속도를 똑같이 측정해도 되는지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용화 초기 단계에서 측정한 결과가 ‘5G 평균 속도’로 해석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속도 측정 방법과 시점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의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는 속도 측정 장치를 실은 차량 여러 대가 전국을 누비며 속도를 잰 뒤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 2016년에는 3개월이었던 측정 기간을 지난해에는 7개월로 늘렸고, 최소 1만번 이상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속도 측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사용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라 예상보다 낮게 측정될 가능성이 높은 5G의 속도를 올해 측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저작권 한국일보]전세계 주요 도시 LTE 속도/ 강준구 기자/2019-05-23(한국일보)/그림 3[저작권 한국일보]국내 LTE 속도 변화/ 강준구 기자/2019-05-23(한국일보)
◇20배 빠르다? “2배도 어려워”

통신사들도 올해 5G의 속도 품질을 평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론상 5G는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정의되지만 현재 상태로는 LTE와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게다가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정부 기관의 섣부른 평균 속도 발표는 향후 5G 비즈니스에도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 기준 5G 평균 속도는 300~400Mbps라고 보면 된다”며 “미국에서는 50Mbps만 넘어도 초고속이라고 평가하는 걸 감안하면 이 속도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문제는 지금 LTE 평균 속도가 200~300Mbps에 달하는 점”이라며 “5G와 LTE 속도 차이가 100~200Mbps에 불과하면 5G가 갖는 ‘초고속’ 특성이 오히려 궁색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LTE 속도는 세계 주요 선진국 도시들과 비교해 2~4배 빠른 최고 수준이다. 5개월 전인 작년 말 전국 평균 속도는 150.68Mbps로 조사됐다. 통신 3사 중 가장 빠른 SK텔레콤의 경우 195.46Mbps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은 뉴욕 31.00Mbps, 샌프란시스코 43.34Mbps, 로스앤젤레스 36.58Mbps 수준이고, 일본 도쿄는 47.56Mbps다. 비교적 빠른 프랑스 파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도 각각 53.89Mbps, 55.58Mbps를 기록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통신사들의 기지국 구축 속도를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체감 속도 1Gbps를 넘기는 건 무난히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지역별 인프라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전국 평균 속도 측정은 내년쯤 이뤄지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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