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본사 전경.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에 이어 금융위원회도 총수익스왑(TRS) 계약과 발행어음을 매개로 한 한국투자증권(한투)과 최태원 SK그룹회장의 거래를 ‘불법 개인대출’로 인정하면서 증권업계와 SK그룹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증권업계는 발행어음 사업 취지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나왔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SK는 총수가 자칫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전날 금융당국의 한투 제재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만약 이번 사안을 개인대출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증권사 발행어음 사업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개편에 악용될 소지가 있었다”며 “금융위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개인에게 대출하지 말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전날 정례회의에서이번 사안을 ‘한투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최 회장 개인에게 대출해준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발행어음 조달 자금의 개인 대출을 금지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을 어겼다고 결론 내렸다.금융위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대기업 대주주 개인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엄격히 감독하겠다”고도 했다.최 회장과 TRS 거래를 한 당사자가 한투가 아니라 한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라는 반론에 대해서도 증선위는 “TRS 계약을 체결한 SPC는 사실상 법인격이 남용되고 있다”며 한투가 최 회장 개인에게 대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업계의이런 안도감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지 못한 증권사가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이번 사안이 자칫 발행어음에 대한 인식 악화로 이어지며 ‘우물에 독을 푸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소외된 모험자본에 투자한다는 명분으로 증권업계에 발행어음 인가를 내준 것인데,이번과 같은 개인대출이 횡행할 경우 제도 취지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는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금융위가 한투와 최 회장의 거래를 ‘개인 대출’이라고 결론 내면서,TRS계약을 통해 인수한 SK실트론 지분 19.8%가 최 회장의 개인 지분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더구나발행어음 조달 자금이 개입되진 않았지만,최 회장이 삼성증권과 TRS 계약을 통해 인수한 SK실트론 지분 10%도 최 회장의 개인 지분으로 인식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015년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KT렌탈(현 롯데렌탈)을 TRS 계약을 통해 인수하면서 빚어진 과세 논란이 근거다.당시 호텔롯데 등 롯데 계열사 5곳은 KT렌탈 지분 50%는 직접 매입, 나머지 50%는 증권사 SPC와의 TRS 계약을 통해 인수했다.국세청은 TRS 거래로 확보한 지분 또한 이들 회사가 보유한 것으로 보고 ‘50%+1주’를 취득한 과점주주가 내야하는 ‘간주취득세’를 부과했다.조세심판원 또한 국세청 처분에 불복한 이들의 조세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최 회장 개인이 소유한SK실트론 지분이29.8%로 간주되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될 수도 있다.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그룹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한 재계 관계자는 “실제 일감몰아주기로 볼 수 있느냐를 떠나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열린 터라 SK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금융위 판단을 계기로 해당 주식이 최 회장 개인 보유분으로 지정되더라도 지분율이 20% 미만이며, SK실트론 같은 반도체 웨이퍼 공급업체가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터라 SK하이닉스와의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치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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