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수입금지 조치 불구 “국경 암거래 활발”

돼지고기 가격 베트남 내리고, 인접 캄보디아 오르고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 한 정육점에서 한 아낙이 베트남에 번진 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가격이 급등한 돼지고기를 쳐다보고 있다. 크메르타임스 캡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베트남에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식이다. 방역 의식이 약한 인접국으로의 확산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23일 베트남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남부 빈증성과 안장성에서 돼지열병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체 63개 직할시 및 지방성 중 돼지열병이 발생한 곳은 36개로 늘었다. 하노이 북부 중국 접경지역에서 지난 2월 첫 발견된 이래 3개월만에 국토 남단 안장성까지 확산한 것이다.

안장성 방역 당국자는 “22일 관할지역에서 돼지열병 증상이 확인된 돼지 52마리를 살처분했다”며 “확산 방지를 위해 메콩강을 중심으로 8개의 검문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21일에는 빈증성에서 돼지열병이 확인돼 1,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추가로 돼지열병 사례가 확인된 두 성은 호찌민시 인근 지역으로 돼지고기 주요 공급원이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약 15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전국 사육 돼지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지난 주말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ASF 확산 예방과 통제를 위해 각급 기관이 총력전을 펴라고 지시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월 베트남 정부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동남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현황. 최근 들어 베트남에서 급속 확산하고 있으며 인접 캄보디아 라오스가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캡처

베트남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ASF가 전국을 휩쓸자,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캄보디아에도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산 돼지 수입 금지 조치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높은 가격 때문에 불법 암거래 시장이 활기를 뛰고 있기 때문이다.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돼지고기 가격은 베트남산 돼지 수입 금지 이전 ㎏당 1만6,000리엘(약 4,800원)에서 2만리엘로 25% 폭등했다. 캄보디아에서는 매일 5,000~6,000마리의 돼지가 소비되고 있으며, 이 중 1,500마리를 베트남에서 들여왔다.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에서 수입 물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는 한편 베트남 접경지역에서의 돼지열병 바이스러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4월에는 베트남 접경, 동북부 주에서 ASF가 보고됐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ASF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소비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당 가격은 발병 초기인 2월 4만7,500동(약 2,400원)에서 이날 현재 4만900동까지 하락했다.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국경만 넘으면 가격이 배 이상이 되는 셈이다.

캄보디아 축산협회 관계자는 “수입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돼지가 암시장을 통해 캄보디아로 유입되고 있다”고 크메르타임즈에 말했다. 살처분, 이동금지 등 기본적인 방역에 대한 의식이 희박해 동남아 전체 확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돼지에 나타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한번 걸리면 대부분이 죽는 전염병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