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 증가 둔화 속 세금ㆍ이자비용 늘며 가처분소득 0.5%↓
하위20% 소득 5분기 연속 감소… 상위20% 소득도 동반 감소
서민층의 주머니를 채워 소비를 늘리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저소득 가구의 소득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 가구의 소득은 1년 전보다 2.5% 줄며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상위 계층과의 소득 격차는 작년보다 다소 좁혀졌지만 여전히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소득 참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금, 대출이자 등을 뺀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도 10년 만에 감소했다.
◇하위 20% 가구 소득 2.5%↓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소득 하위 20% 가구(1분위) 소득은 월 125만4,700원으로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 작년 1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1분위 가구 소득 감소는 제조업 구조조정, 내수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가구 내 취업자의 수가 작년보다 더 줄면서(작년 1분기 0.67명→올해 1분기 0.64명), 근로소득(40만4,400원)이 14.5% 급감한 영향을 받았다.
상위 20% 가구(5분위) 소득도 992만5,000원으로 작년보다 2.2% 줄었다. 5분위 가구 소득은 2016년 1분기(+1.8%) 이후 12개 분기 연속 늘다가, 3년여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근로소득(741만원, -3.1%) 사업소득(163만9,300원, -1.9%) 등이 전체적으로 줄었다. 2017년 말 노사분규로 대기업 상여금 지급이 작년 1분기에 이뤄져, 작년 1분기 소득이 평소보다 더 많아진 영향(역 기저효과)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상ㆍ하위 가구 소득이 동반 감소하자 빈부격차는 작년보다 소폭 완화됐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올 1분기 5.80배로, 역대 최대치였던 작년 1분기(5.95배)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분기 5.81배) 수준이다.
한편 넓은 의미의 중산층이라 볼 수 있는 2, 3, 4분위 가구의 소득은 소폭 증가했다. 2분위(20~40%) 소득은 284만3,700원으로 4.4% 늘며, 5개 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3분위(432만8,700원)와 4분위(586만3,100원)도 각각 5.0%, 4.4% 늘었다.
◇가처분소득 10년 만에 마이너스
정부는 이날 소득지표를 두고 “소득격차가 완화됐다”, “1분위 소득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1분위 소득 감소율(-2.5%)은 작년(1분기 -8.0%→2분기 -7.6%→3분기 -7.0%→4분기 -17.7%)보다는 낮아졌다.
하지만 이를 회복세라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 우선 지난해 1분기 8%나 쪼그라든 소득에서 2.5%가 더 줄어든 셈이다. 그나마 감소폭이 작년보다 줄어든 것도 정부의 예산지원 효과가 크다. 1분위 가구의 1분기 월간 ‘공적 이전소득’(각종 연금, 수당 등ㆍ45만1,700원)은 15.8%나 늘었다.
고용부진에 따른 근로소득 감소(-14.5%)를 정부가 예산으로 보충해 준 셈이다. 1분위의 사업소득이 10.3% 늘긴 했지만, 이는 오히려 작년엔 2~3분위에 속해있던 자영업자들이 불황 여파로 1분위로 내려앉은 결과로 추정된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실제 1분위 내 비(非)근로자 가구에서 자영업 가구 비중이 많이 늘었다”며 “이런 가구 이동을 고려해 1~2분위 소득을 묶어서 보면 근로소득은 2.0% 감소했고, 사업소득은 0.7% 증가에 그쳤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소득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셈이다.
번 돈에서 세금과 대출이자 등을 뺀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오히려 10년 만에 감소했다. 1분기 월 평균 처분가능소득(374만8,000원)은 작년보다 0.5% 줄어 2009년 3분기(-0.7%) 이후 분기 기준으론 처음 감소했다. 소득 증가세가 둔화(1.3% 증가)된 가운데, 올해 들어 세금과 이자비용 같은 비(非)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과거엔 분위별로 소득이 같이 늘어나는 흐름이 뚜렷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 상ㆍ하위 계층의 반대방향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며 “소득 하위 40%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위축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인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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