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6일 열린 애플 기자회견에서 스티브 잡스(오른쪽)와 팀 쿡이 나란히 앉아 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1년 10월 ‘21세기 가장 혁신적인 인물’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자 사람들은 애플도 조만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점쳤다. 잡스가 후임자로 낙점한 팀 쿡(59)은 희망을 주지 못했다. 그는 ‘따분한 살림꾼’으로 불렸다. 애플의 DNA인 혁신과 비전을 보여줄 리더로 팀 쿡을 꼽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잡스 사후 출시된 첫 작품인 2012년 ‘아이폰5’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애플의 주가는 역대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웠다. 2018년 8월 애플은 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잡스 없이도 애플은 애플워치, 애플뮤직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았고, ‘잡스 없는 애플’은 다시 사랑 받았다. 20년간 애플을 취재한 미국 작가 린더 카니가 쓴 ‘팀 쿡’은 그가 애플을 성공적으로 이끈 비결을 들려준다.

쿡은 잡스를 지우지도, 따라 하지도 않았다. 그는 ‘최상의 팀 쿡’이 되고자 했다.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내가 될 수 있는 최상의 팀 쿡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출신인 쿡은 조선소 노동자와 약사 부부의 세 아들 중 둘째로 태어났다. 학창시절 때부터 그의 재능과 품성은 완성돼 있었다. 부드럽고 겸손하면서도 강렬한 태도는 대학 시절에도, 첫 직장이었던 IBM에서도 빛났다. 그런 그의 능력과 태도를 잡스가 알아 본 건 1998년이었다. 성향이 판이한 둘은 운명처럼 끌렸다.

2016년 10월 스티브 잡스 사후 팀 쿡이 처음으로 개발한 애플워치를 발표하고 무대에서 내려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애플의 동영상 제작자 새디 폴슨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잡스가 쿡을 후임자로 낙점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창의적인 천재 뒤에 가려져 있었던 쿡의 포용성과 유연성이 제대로 빛나기 시작했다. 쿡은 유년 시절 흑인 가족의 사유지에서 십자가 화형식을 하는 KKK(극우 백인비밀결사단체)의 모습을 목격한 뒤로 인종차별 철폐에 목소리를 냈다.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건 성 소수자를 비롯한 차별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쿡의 윤리적 가치관은 새로운 애플의 미래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애플은 노동자 착취와 탈세 등 비윤리적 기업 행위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 체제로 전환 중이다. 재생에너지 시설을 확대하고 생산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하고 있다. 애플 제품 사용자의 사생활과 개인 정보 보호에도 힘을 쏟는다. 저자는 “쿡은 ‘잘하면서 동시에 선을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격언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쿡의 지휘 아래 세계 최초 1조달러자리 기업이 됐지만, 그보다 애플을 더 나은 회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 공이 크다”고 평했다. 다만 저자는 ‘애플이 잡스가 이끌던 시절처럼 다시 혁신을 일궈낼 수 있을까’라는 결정적 물음에는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팀쿡
린더 카니 지음ㆍ안진환 옮김
다산북스 발행ㆍ480쪽ㆍ2만5,000원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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