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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죽이기’에 다급해진 중국, 애국심 부추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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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죽이기’에 다급해진 중국, 애국심 부추기기

입력
2019.05.23 15:57
수정
2019.05.2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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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에서 화웨이 직원이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에서 화웨이 직원이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에 이어 유럽과 일본의 거대 정보ㆍ기술(IT) 기업까지 ‘화웨이 죽이기’에 가세하려는 조짐이 뚜렷해지자 중국이 한층 다급해졌다. 시민들은 “화웨이를 지키자”면서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고, 관영 매체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희토류 관련 발언을 뒤늦게 공개하는 등 미국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며 연일 애국심을 부추겼다.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23일 중국의 경각심을 강조하는 글이 넘쳐났다. “중화민족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 “화웨이와 잡은 손을 끊고 애플로 갈아타는 건 배신”이라며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을 싸잡아 비난했다. 조직적인 불매운동으로 치달을 만큼 격화되지는 않았지만, 그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1대1로 맞붙을 때와 비교하면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칠어졌다.

화웨이는 치켜세우고 애플은 깎아 내리며 대열에 동참하는 경우도 많았다. 파키스탄에 주재하는 중국 현직 외교관은 트위터에 화웨이폰과 아이폰의 성능을 비교하는 동영상을 올려놓고 “화웨이폰이 훨씬 뛰어나다”며 소비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또 내달 7일 중국의 대학입학시험(高考)을 앞두고 ‘시험이 끝나면 어떤 휴대폰을 살 것인지’ 묻는 설문에 1만 명 가량의 네티즌이 호응하며 화웨이에 성원을 보냈다. 기자와 만난 중국의 한 대학교수는 “더 많은 중국인들이 화웨이폰을 구입하려는 건 지극히 이성적인 선택이자 애국적 감정의 자연스런 표현”이라며 “하지만 중국은 세계화를 강조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만큼 대규모로 미국산 불매운동을 벌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관영 매체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반미감정을 조장하는 여론전에 여념이 없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분노로 미쳐가고 있다”면서 “이건 히스테리와 편집증”이라고 비난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은 축구공을 손에 들고 골대로 뛰어가는 무뢰한”이라며 “제멋대로 국제질서를 깨뜨리는 미국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화웨이 때리기’와 관련, “정상적 기업활동을 뿌리째 뽑으려는 미국의 봉쇄정책에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면서 “걸핏하면 허구의 위협과 긴급상황을 만드는 건 기업의 리스크를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이 선전포고도 없이 중국을 상대로 기술 냉전을 벌이고 있다”며 “핵심기술 자립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강퍅자용(剛愎自用ㆍ자기 주장만 고집하면서 제멋대로 한다)’ 고사성어에 미국을 빗대 “중국에 도발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뿐”이라고 비꼬았다.

중국 정부도 거들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3일 “미국이 협상을 원한다면 잘못된 행동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중국은 우리 기업들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 기업들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과학기술 협력과 관련 기업들의 이익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며 “다른 나라가 사익을 추구하는 한 어느 기업도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급기야 묵혀놨던 시 주석의 어록까지 끄집어내며 중국의 저력을 부각시켰다. 신화통신은 22일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자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라면서 “과학기술 혁신의 강도를 높이고 기술 수준을 계속 향상하며 산업망을 확대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틀 전인 지난 20일 장시(江西)성 간저우(贛州)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할 때 언급한 내용이다. 희토류라는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으니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당당히 맞서라는 격려나 다름없다.

하지만 당시 중국 매체는 시 주석의 사진만 공개했고, 이후 온갖 억측이 쏟아졌다. 심지어 일부 중국 매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희토류 카드를 섣불리 꺼냈다간 오히려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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