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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에 트럼프 편으로 끼어든 북한, 바이든과 실랑이

입력
2019.05.23 16:19
수정
2019.05.23 18:5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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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8일 필라델피아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8일 필라델피아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위한 민주당내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북한이 험담과 조롱을 주고 받으며 거친 입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직 경선 초반이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 유력한 바이든 부통령에 대해, 북한이 그를 맹비난하면서 은근히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드는 방식으로 미국 대선 판에 끼어든 모양새가 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8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첫 공식 유세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 폭군’으로 지칭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는 당시 군중을 향해 “우리가 푸틴과 김정은 같은 독재자와 폭군을 포용하는 나라인가”라고 물은 뒤 “우리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면서 동맹국은 때리고 적대국은 감싸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접근법을 겨냥했다.

이에 발끈한 북한은 21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우리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망발을 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정치적 도발”이라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맹비난했다. 논평은 대학시설 표절로 낙제점을 받거나 오바마 대통령 연설시 잠을 잔 사례 등 바이든의 과거 실수를 조목조목 끄집어 낸 뒤 ‘지능지수가 모자란 멍청이’라고 인신 공격성 비난을 퍼부었다. 논평은 또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가는지도 모르고 헤실헤실하는 이런 자가 정치를 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라며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공격했다.

미국 언론들이 북한의 비난 논평을 일제히 보도하자 바이든 측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바이든 캠프의 앤드루 베이츠 신속대응국장은 22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평양의 살인적 정권에 반복적으로 속아 큰 양보를 해왔지만 대가로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며 "바이든이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지지해온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트럼프가 백악관에 계속 있는 쪽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며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는 소재로 북한의 폭압성을 적극 부각시킨 것으로, 캠프 측으로선 북한과의 대립 구도가 선거 캠페인에서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 안보 전문가인 밴 잭슨은 트위터에 “바이든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은 뿌리가 깊다”며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북 제재와 군사태세에 대한 불만이 표출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바이든과 김정은의 관계를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리턴 민주당 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에 비교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북한 전문가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복스(VOX)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좋은 관계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그런 비난 논평을 내놓은 것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 논평을 읽었다면 기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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