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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이라 물도 못 마셨지만… 응원 에너지 넘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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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이라 물도 못 마셨지만… 응원 에너지 넘치죠”

입력
2019.05.23 14:36
수정
2019.05.23 19: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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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ACL 첫 진출한 말레이시아 ‘조호르’ 서포터스

말레이시아 조호르 서포터즈 아윗(오른쪽)씨와 라스디(왼쪽)씨가 2019 ACL 조별리그 경남과 조호르의 경기가 열린 2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본보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말레이시아 조호르 서포터즈 아윗(오른쪽)씨와 라스디(왼쪽)씨가 2019 ACL 조별리그 경남과 조호르의 경기가 열린 2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본보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가자 조호르, 가자 조호르! 우리 힘을 보여주자, 우리가 여기에 왔다, 조호르!(Ayuh Johor, Ayuh Johor! Kami ada, Setia bersamamu, Johor!)”

경남과 말레이시아 조호르 다룰 탁짐(조호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예선 최종전이 열린 22일 창원축구센터. 60명의 조호르 원정 응원단이 경기 시작 전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구단의 상징인 빨강과 파랑색의 깃발을 흔들던 이들은 북소리에 맞춰 어깨 동무를 한 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상의까지 탈의한 채 펼치는, 생소하지만 떠들썩한 응원에 이목이 집중됐다.

조호르의 서포터즈 ‘보이즈 오브 스트레이트(Boys of Straits)’는 ‘해협의 소년들’이란 뜻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국경지대에 위치한 조호르의 연고 도시, 조호르바루 앞을 흐르는 조호르 해협(Strait)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들은 2010년부터 구단의 공식 서포터로 활동해왔다.

모두 무슬림인 원정 응원단은 라마단(이슬람교의 금식기간)으로 이날 물 한 방울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지만 열띤 응원을 이어갔다. 아윗(34)씨는 “우리에게 축구란 모험, 그 자체“라며 “응원을 위한 에너지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고 열정도 넘친다”며 미소 지었다. 이들은 해가 완전히 진 하프타임에서야 매점에서 음식을 사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이들이 이처럼 열광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조호르는 동남아 최강팀이지만 번번이 ACL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는데 올해 처음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첫 아시아무대 진출인 만큼, 서포터즈도 한중일 원정 경기를 한 번도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조호르 원정 응원단이 2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CL 조별리그 경남과 조호르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승엽 기자
말레이시아 조호르 원정 응원단이 2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CL 조별리그 경남과 조호르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승엽 기자

K리그 팬들에게 생소한 조호르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슈퍼리그 우승팀이다. 이번 시즌에도 14라운드까지 11승 3무 무패행진을 달리며 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와 승점 차는 벌써 10점. 지역 술탄의 아들이자 2017년 말레이시아 축구협회 회장을 지낸 구단주 툰쿠 이스마일 이드리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통 큰 투자로 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덕분에 현지에서 조호르의 인기는 엄청나다. 보이즈 오브 스트레이트의 페이스북 팔로워만 26만명에 이른다. K리그 인기팀인 서울과 수원, 전북의 팔로워 숫자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숫자다.

모두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이들은 단순히 응원을 위해 창원에 왔지만,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만 안고 간다고 했다. 개인 일정으로 한국에 온 20명 외에 40명의 공식 서포터즈는 이날 아침에 입국해 부산 일대 관광을 다녀왔다. 감천문화마을과 해운대를 둘러봤다는 라스디(39)씨는 “말레이시아에서 K팝의 인기는 엄청나지만 정말 한국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며 “풍경도 너무나 아름답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들의 가이드를 맡았던 외국인 전문여행사 부산메이트 이도연 과장도 “축구에 대한 이들의 열정에 깜짝 놀랐다. 덕분에 조호르의 팬이 됐다”며 “앞으로 ACL에서 K리그 팀들이 활약해 동남아시아권에도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경남의 2-0 승리로 결국 끝이 났다. 조호르는 E조 최하위로 첫 ACL 도전을 마감했지만 응원단은 마지막 종료 휘슬이 불린 뒤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아윗씨는 “라마단 기간이라 선수들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을 텐데 잘 싸워줘서 고맙다. 아쉽지만 내년 ACL을 기약하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창원=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말레이시아 조호르 원정 응원단이 2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CL 조별리그 경남과 조호르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승엽 기자
말레이시아 조호르 원정 응원단이 2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CL 조별리그 경남과 조호르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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