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하순부터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건강 때문이 아닌 둘째 아이 유치원 등록을 위해서였다. 희망하는 사립유치원이 6명을 신규로 모집을 하는데 선착순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문에서 건물까지 대략 60m 정도.. 입학신청 접수일인 11월 20일 오전 6시 정각. 20여 명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다가 넘어지는 엄마, 괴성을 지르며 뛰는 아빠까지 아이를 위해 때 아닌 부모들의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운동 효과 덕분(?)에 A씨는 다행히 1위를 차지해 등록할 수 있었다. A씨는 “평소 운동을 안 하던 내가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다행히 엄마들이 주로 많이 와 남자인 내가 조금 유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처럼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달리기를 해야 하고, 휴가를 내거나, 추운 늦가을 밤을 새워가며 입학신청을 해야 하는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에 사립유치원들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한 조례가 상정됐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제1교육위원회는 제 3차 회의에서 ‘경기도 유치원 유아모집 선발에 관한 조례안’을 심의, 원안 가결했다.
‘처음학교로’는 학부모가 홈페이지에 접속, 희망하는 유치원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배정되는 시스템이다. 2017년 처음 도입됐지만 사립학교들은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다. 올해는 도내 1,200여 곳 중 50%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조례에 따르면 유아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경기교육감이 유아모집과 선발 업무에 교육정보시스템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공립은 물론 사립유치원들도 ‘처음학교로’ 참여를 의무화 할 수 있는 권한이 교육감에게 부여된 것이다.
이 조례가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오는 28일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상임위에서 큰 반대가 없었던 만큼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송치용 도의원(정의당·비례)은 “지난 회기 때 조례를 만들고 발의에 동참하겠다는 의원들도 많았는데 사립유치원들의 반대가 심해 의원들이 발을 빼면서 상정조차 하지 못했었다”며 “올해는 동참해 주신 의원들께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본회의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안에 도입을 완료해 올해 말부터는 ‘처음학교로’를 통해 선착순, 맞벌이 부부의 휴가내기 등이 근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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