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인들 가업 승계 포기” 
 시민단체는 “국가별 계산 달라 명목ㆍ실제 부담금 사이 괴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명목 상속세율 상위 5개국. 강준구 기자

상속세를 두고 재계와 진보진영의 공방이 거세다. 재계에서는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인들이 가업 승계를 포기한다”고 주장한다. 명목 상속세율이 최고 50%에 이르는데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는 할증까지 붙는다는 점에서다. 반면 경제개혁연대 등은 이런 재계의 주장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명목상 최고세율과 실제 세금 부담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명목세율 높지만 실제 세 부담 비교 어려워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50%)은 OECD 회원국 중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에 이어 4위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22개국의 최고 상속세율 평균치(35.8%)보다 14.2%포인트 높다. 다만 자녀 등 가족에게 상속할 경우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벨기에(80%→30%), 프랑스(60%→45%)를 고려하면 ‘가업(家業) 승계시’ 최고세율은 일본에 이어 2위다.

다만 명목상 최고세율만 단순히 비교하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다. 직계가족 인적 공제 같은 각종 공제나 과세 대상에서 빼는 자산의 범위 등 나라별로 상속세 계산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상속세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나 편법상속 여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며 “국가간 통일된 실효세율 비교 정보를 수집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명목 세율이 높다는 점 외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ㆍ증여세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OECD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상속ㆍ증여세수 비중(0.33%)은 벨기에(0.7%), 프랑스(0.55%), 일본(0.39%)에 이은 4위로, 명목 세율과 순위가 같다. 이 비중은 OECD 평균(0.13%)의 두 배 이상이다.

국내 상속세 과세 현황. 강준구 기자
 ◇명목-실효세율 괴리는? 

반면 국내에서 실제 상속세를 내는 사람의 비중이나 이들이 부담한 세금을 볼 때, 실제 세 부담은 우려할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

국세청의 2018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피상속인(22만9,826명)의 불과 3%(6,986명)만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었다. 과세 대상자들은 1인당 평균 23억5,900만원의 유산을 남겨, 이 중 14.7%(3억4,800만원)를 세금으로 냈다. 상속 재산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피상속인의 평균 상속액은 1,583억원이며 이 중 32.2%(510억원)가 상속세였다. 과세 대상이 아닌 나머지 97%의 1인당 상속액은 평균 8,600만원이다.

최고 세율이 50%라도, 실제 재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건 아니다. 각종 공제를 제외한 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1억원까지는 10%, 1억원 초과한 금액 중 5억원 까지는 20%의 세금을 매기는 등의 누진세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가령 과세표준이 50억원이라면, 한국에서는 40.8%(20억4,000만원)의 상속세가 매겨진다. 이를 일본에서 과세할 경우 40.92%로 한국보다 높고,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38.7%, 38.66% 세율이 적용된다. 한국이 미국이나 프랑스보다 실제 세율이 높지만, 명목 세율의 격차(한국 최고 50%, 미국 최고 40%)만큼은 아니다.

다만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실제 세율 차이는 커진다. 과세표준이 100억원일 때, 한국에서 적용되는 상속세는 45.4%로 프랑스(41.83%), 미국(39.35%)보다 높다.

 ◇소득세와의 관계 따져봐야 

단순히 상속세만 따질 게 아니라, 소득세와의 관계를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상속세 제도는 과거 소득세가 촘촘하지 못했던 시기에 축적된 부에 대해 상속 시점에 세금을 다시 정산한다는 일종의 ‘사후과세’ 개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의 이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매기는 것이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세제의 기본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상속세와 소득세를 상호보완적 관계로 본다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상속세 부담이 큰 나라로,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소득세 비중이 큰 나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42%로 프랑스, 영국, 독일(이상 45%)보다 낮고 미국(3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한국의 상속ㆍ증여세가 높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해외의 소득세가 얼마나 되는지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며 “자산 축적 시기에 각종 공제 등을 활용해 소득세를 덜 냈다면, 이를 통해 형성된 상속재산에는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말했다.

다만 소득세의 과세 공백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상속세를 강하게 적용하는 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캐나다나 호주, 스웨덴 등은 상속세를 폐지한 뒤 상속 재산을 다시 처분할 때 그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 과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외 일부 국가에서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도 이중과세를 해소하자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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