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징계ㆍ평점 공개는 언제쯤… “투명성 확보 주력, 점진적 공개 확대” 
 <7> 심판 판정 투명성을 확보하라 
 #올해로 37번째 시즌을 맞는 K리그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로 평가되지만 스타들의 해외 이적과 구단 운영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기업ㆍ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암흑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연중기획 [붐 업! K리그]를 통해 프로축구 흥행을 위한 과제를 짚고, 축구계 모든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K리그 부활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하고 있다.
대구FC 선수들이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11라운드 경기에서 패한 뒤 심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과 대구FC의 K리그1(1부 리그) 11라운드가 열린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1-2 역전패를 당한 뒤 대구 안드레(47) 감독은 취재진들 앞에서 이례적으로 심판 판정에 대한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전반에 우리(대구)만 4개의 옐로카드를 받은 장면은 확인해봐야겠다”며 “우리 선수는 코뼈가 부러져 울고 있는데 왜 파울을 불지 않았는지도 확인해 볼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일부 축구팬은 이날 주심의 판정 장면을 편집해 동영상 채널 유튜브에 올려 조목조목 오심을 지적했고,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봄날’을 맞은 프로축구 K리그가 판정 논란으로 시끄럽다. 판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아시아 최초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ㆍVideo Assistant Referee)을 리그에 전면 도입해 일단 효과를 보고 있단 평가지만, 오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VAR를 거치고도 오심을 내는 일까지 벌어지며 판정에 대한 팬들의 불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경기 중계가 드물고, 판정 영상 자료 확보가 어려웠던 시절에야 “판정은 심판의 고유권한”이라며 오심을 조용히 묻고 갈 수 있었다지만, 경기 장면이 수많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시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축구팬들이 규정을 학습하고, 같은 장면에 대한 다른 수위 판정을 비교해가면서 ‘심판을 심판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강준구 기자

팬들은 프로축구연맹이 판정의 오심 여부를 명명백백 밝히지 않는다거나, 중대한 오심을 저지른 심판에 대한 징계를 공개하지 않는 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심판 관리와 배정, 징계 결과 등에 대한 공개 요구가 잇따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연맹도 이런 요구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당장 심판 징계에 관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기엔 상당한 부담이 뒤따른단 입장이다. 22일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심판 징계수위 공개가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는 징계 심판에 대한 낙인 및 구단들의 기피 우려 때문이다. 징계를 수시로 공개할 경우, 추후 구단들이 해당 심판에 대한 배정을 꺼리게 되고 판정 하나하나에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어 또 다른 불신을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맹 관계자 설명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를 비롯 유럽을 포함한 세계 축구리그가 전반적으로 이 같은 이유로 심판 징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현재 체계적인 심판 교육관리 시스템을 갖춰 오심을 줄이고, 평가에 객관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맹은 지난해 2월부터 K리그 교육관리 시스템 ‘KRMS(K-League Referee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심판 판정에 대한 모든 데이터와 영상이 집대성된 일종의 포털 사이트로, 여기엔 심판 개인별, 경기별, 상황별(파울ㆍ경고ㆍ퇴장ㆍ페널티 킥ㆍ핸드볼ㆍ오프사이드ㆍ득점ㆍVAR리뷰 등)정보는 물론, 배정 이력과 누적 수당까지 종합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이와 함께 경기 때마다 심판 평가관이 매긴 항목별 평점 또한 매 라운드 표출된다. 연맹 관계자는 “평균평점은 8.1~8.3점 사이지만, 중대한 오심이 발견됐을 땐 7.9점까지 내려간다. 물론 ‘납득불가’ 오심의 경우 하위리그로 강등되거나 K리그와 계약이 해지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며 “평점을 종합해 1년 주기로 주심과 부심이 각각 2명(변동가능)씩 상위리그로 승급하거나, 강등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KRMS은 현재 이란 등 해외 프로축구 리그로의 수출을 앞둔 혁신적인 시스템이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해 개발한 심판관리 시스템인 KRMS 예시화면.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연맹은 이 같은 KRMS 정보를 향후 점진적으로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단 방침이다. 팬들의 요구만큼 따라가긴 어렵지만, 적어도 승패에 영향을 미친 오심 등에 대해선 영상을 공개하고 판정 근거를 설명하는 과정부터 시작하겠단 입장이다. 연맹은 올해부터 K리그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월간 VAR’ 코너를 운영해 잘못된 판정은 인정하고, 이를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심판에 대한 ‘압박’은 갈수록 늘어나는 데 대한 반대급부(처우)가 개선돼야 한단 심판계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K리그 주심 30명이 가져간 평균 심판 수당은 3,490만5,000원(부심은 평균 2,824만8,000원)이다. 중견기업 신입사원 초봉 수준이지만, 최고 수당은 주심 7,040만원(부심 4,345만원), 최저 수당은 850만원(715만원)으로 격차가 크다. K리그와 국제심판 출신 전직 심판 고위관계자는 “K리그 전담심판의 경우 본인의 생활을 모두 리그 일정에 맞춰야 하는데, 높은 수당을 받는 일부 심판을 제외하곤 이에 따른 보상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한 양질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펼 수 있는 심판강사 수급, 대한축구협회-프로축구연맹의 심판 관리 일원화 등의 해묵은 과제 해결이 먼저란 지적도 내놨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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