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살뜰히도 챙겼었는데….”
22일 오후 광주 동구 K장례식장. 이날 오전 대인시장 내 한 상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세상을 떠난 남편 A(62)씨와 부인 B(58)씨의 빈소를 지키던 이웃 상인들은 다정했던 이웃사촌을 잃었다는 슬픔에 젖어 있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빈소 곳곳에선 평소 다정했던 A씨 부부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주민들의 탄식도 터져 나왔다.
A씨 부부가 살던 3층짜리 상가 주택에 불이 났다는 119 신고가 접수된 건 이날 오전 6시55분쯤. 인근 병원에 있던 환자 보호자가 시장 내 상가 밀집 지역에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는 장면을 보고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15대와 소방관 등을 동원해 9분 만에 불을 껐다.
그러나 A씨 부부는 3층 옥탑방 화장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자세로 얼굴에는 수건 같은 헝겊이 덮여 있었고, B씨는 의식 잃은 남편을 화장실 안까지 끌고 온 듯 그 옆에 엎드려 있었다고 구조 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화재 당시 아들은 2층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소방관이 깨워서 구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상인들은 “B씨가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러 주변 상인에게 도움을 청한 뒤 남편을 구하려 아픈 몸을 이끌고 집 안에 돌아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에서 8년간 무역업을 하다가 2년 전 귀국한 A씨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아내 B씨를 극진히 아끼고 살펴 주변에서 이들 부부의 애틋함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빈소에 있던 이웃 상인들은 “A씨가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 부부 모두 살아서 구조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불은 2층에서 시작돼 3층으로 번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23일 오전 10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해 김씨 부부의 사망 원인과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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