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 BMW가 지난해 7월 엔진 화재 사고로 10만여대를 리콜하기 전까지 차량 결함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수년간 이어졌는데도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이 사전 대응에 소홀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부가 리콜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리콜 대상인 차량 7,000여대가 시중에 그대로 판매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22일 이런 내용의 ‘자동차 인증 및 리콜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국토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 제작 결함조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관리ㆍ감독할 의무가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 1월 이후 언론 등을 통해 BMW 차량 주행 중 화재 문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왔음에도 국토부는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국토부는 A사(BMW) 차량 화재사고가 사회문제화된 2018년 7월에야 교통안전공단에 제작 결함조사 착수를 지시하는 등 사전대응에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도 BMW 차량 화재 문제를 장기간 방치했다. 특히 교통안전공단은 2015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차량 소유주 등으로부터 BMW 차량 화재 원인이었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냉각기 슬러지(매연, 오일 등 퇴적물) 발화와 관련한 6건의 신고를 받았음에도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이중에는 BMW 차량 소유주가 화재 당시 자료영상 등과 함께 “BMW로부터 EGR 냉각기 슬러지로 인한 화재로 판명 받았다”는 상세한 신고도 있었지만 공단 측은 해당자료를 국토부에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가 차량 결함을 확인하고도 제작자의 반발 등을 이유로 리콜 조치 대신 법적 근거가 없는 ‘공개 무상수리 권고’를 결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토부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교통안전공단이 제작결함조사 결과 리콜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한 60건 중 9건(대상 차량 106만여대)에 대해 공개 무상수리 권고 조치를 취하고 제작자에 이를 구두로 권고했다. 하지만 자동차관리법상 무상수리 권고라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제작자에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리콜과 달리 무상수리 권고는 시정률 보고, 소유자 개별통지 등의 의무가 없다. 감사원은 “무상수리 권고 9건의 지난해 11월 기준 시정률은 평균 17.8%에 불과했다”며 “리콜 평균 시정률(82.6%)보다 현저히 저조해 자동차의 안전운행에 지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국토부는 리콜 사후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제작ㆍ수입사가 리콜 대상 차량을 적절하게 조치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과징금이나 고발 등 조치를 해야 하는데도, 결함 있는 자동차가 리콜되지 않은 채 판매됐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37개 자동차 제작ㆍ수입사가 리콜 대상 차량 7,010대를 시정하지 않은 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됐다. 소비자들은 결함 있는 자동차를 구매했는데도 결함 사실을 몰라 안전운행에 지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리콜 대상으로 확인된 7,010대에 대해 자동차 소유자에게 리콜 통지를 하라”고 통보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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